한화 이글스 엄상백이 불펜 전환 후 또다시 난타를 당하며 부진했다. 사진은 한화에서 활약 중인 엄상백의 모습. /사진=뉴시스
리그 1위 한화 이글스의 유일한 고민 거기로 전락한 엄상백이 불펜 전환 후 또다시 무너지며 역대급 '먹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엄상백은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2.2이닝 7피안타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최근 가파른 상승세로 11연승에 도전했던 한화는 엄상백의 부진으로 2-13로 대패했다.


2015년 KT위즈에서 데뷔한 엄상백은 지난 10년 동안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선발 중 한명으로 성장했다. 2024시즌 개인 최다승(13승)을 기록한 엄상백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한화와 4년 최대 78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당시 오버페이란 반응도 있었지만 한화는 엄상백의 이닝 소화 능력과 경험을 높게 평가해 거액을 안겼다. 실제로 엄상백은 최근 세 시즌 연속 100이닝 이상을 투구해 두 시즌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확실한 선발 요원이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정작 시즌이 시작한 후 이닝 소화 능력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경기당 이닝 소화도 약 4.3이닝에 불과하다. 전반기 15경기 1승 6패 ERA 6.33이란 초라한 성적을 남긴 그는 2군에서 재조정 기간을 가지기도 했지만 구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외부 FA는 완전히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결국 엄상백은 후반기 시작과 선발을 황준서에게 내주고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했지만 부진을 털어내지 못했다. 경기 내용도 전반기와 마찬가지로 한번 흔들리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렸다.

1회 홈런 세 방을 맞고 4실점을 내준 황준서를 대신해 2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엄상백은 7타자 연속 범타를 잡아내며 준수한 투구를 선보였다. 하지만 박준순에게 3루타를 허용한 후 갑자기 흔들렸고 양석환을 상대할 땐 먼저 2스트라이크를 잡아놓고 높은 직구로 승부를 봤다가 적시타를 허용했다. 이후 그는 정수빈에게 2루타, 이유찬에게 2점 홈런, 제이크 케이브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후 결국 강판됐다.

냉정하게 현 폼을 유지할 경우 1군 자리 보장도 어렵다. 한화는 정우주, 조동욱, 황준서, 김기중 등 젊고 유망한 선수가 많다. 아무리 패전 처리라 할지라도 경험을 쌓아야 하는 젊은 선수의 몫이지 고액 연봉자인 엄상백의 자리는 아니다.

반등할지도 미지수다. 평균자책점(ERA)이 가장 낮았던 2022시즌 2.95 이후 2023시즌 ERA 3.63, 2024시즌 ERA 4.88로 매년 성적이 우하향했다. 또 전성기가 짧은 사이드암 투수 특성상 부활이 쉽지 않다. 실제로 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우규민(현 KT)도 2017년 삼성 라이온즈 이적 당시 선발투수였지만 한 시즌 만에 구원으로 보직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