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문화 속 콩국수는 1800년대 쓰인 요리책인 '시의전서'에 만드는 법이 기록되어 있을 만큼 역사가 깊다. "콩을 물에 불려 살짝 데쳐서 가는 체에 밭쳐 소금으로 간을 맞춘 다음 밀국수를 말고, 웃기는 밀국수와 같이 한다"라고 조리법이 기록돼 있는데 이는 지금의 콩국수와 매우 유사한 조리법이다. 근간에는 백반이나 칼국수집에서 여름철 손님을 붙잡기 위해 한시적으로 콩국수를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며 계절성 때문에 사시사철 다루는 곳은 드물다. 변질되기도 쉽고 콩 자체의 비린 맛과 텁텁함을 잡아야 하기에 취급하기 까다로워 '잘하는 집'이 극명히 갈리는 음식이기도 하다. 해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릴 즈음이면 다시 떠오르는 콩국수. 고소한 한 그릇을 맛보기 위한 발걸음으로 한창 분주한 콩국수 맛집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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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회관━
간을 할 때도 호남 지역은 설탕을 넣어 달콤하게 즐기는 비율이 높고 그 외 지역은 소금을 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취향 차이가 극명하다 보니 대중식당에서는 대부분 설탕과 소금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손님이 원하는 대로 간을 하도록 한다. 서울은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중시하는 곳과 묵직한 콩 자체의 맛을 강조하는 곳이 공존하는데 유명한 콩국수 집들은 주로 크림처럼 걸쭉한 콩물이 특징이다. 특히 서울 시청 인근에 자리한 '진주회관'은 콩국수 하나만으로 전국의 콩국수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경남 진주에서 콩국수집을 운영하던 창업주가 상경해 1962년 서소문에 개업한 곳이다. 60년이 넘는 세월 동안 3대째 이어오고 있으며 서울시 '서울미래유산'과 중소벤처기업부 '백년가게'로도 지정된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불고기, 섞어찌개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는 뭐니 뭐니 해도 콩국수다. 매장 내에 붙어있는 역대 대통령과 서울 시장, 재벌 총수들의 방문 사진은 이곳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고(故)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이곳 콩국수 심부름을 시켰던 일화는 유명하다.
워낙 콩국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하절기 점심시간에는 오직 콩국수 단일 메뉴만 판매한다. 진주회관과 함께 서울의 콩국수 양대산맥으로 불리는 여의도 '진주집'도 형제가 운영하는 곳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어 잦은 비교 대상이다.
진주회관의 콩물은 정확한 밸런스를 통해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극대화해 콩국수 초심자나 비린 맛에 예민한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정성 가득한 콩물에 땅콩 가루를 섞어 반죽해 고소한 맛과 탱글한 식감을 자랑하는 면을 더해 심플하게 내어주는 콩국수에는 어떤 고명도 오르지 않는다. 고소한 콩국 자체의 맛을 온전히 즐기도록 하기 위함이다.
국수와 함께 나오는 찬은 김치가 유일하다. 김치 역시 100% 국내산 배추와 고춧가루를 사용하여 직접 담근다. 살짝 달큼한 양념 맛이 매력으로 콩국수의 인기에 톡톡히 제 역할을 했다. 사실상 콩국수 집이나 진배없지만 진주회관의 섞어찌개, 김치볶음밥 등의 메뉴도 마니아 층이 있다. 특히 김치볶음밥은 볶아 나오는 스타일이 아니라 불판에 국내산 소고기를 비롯해 신선한 재료들과 함께 볶아 먹도록 제공돼 특색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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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뜬콩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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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승칼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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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규유달전통맷돌면옥(하당큰집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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