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 내에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공무원 학원에서 수업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요즘엔 대기업도 힘들잖아요. 공무원 준비가 더 나은 것 같아요."

20대 초반 공시생 A씨는 시험 응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A씨뿐만이 아니다. 최근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20대가 늘어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연봉이 적다며 기피했던 공무원에 20대가 다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침체에 결국 안정적 일자리 수요 늘어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자료 기준 2025년 9급 최종 합격자 중 20대는 62.3%, 30대는 31.9%로 집계됐다. 사진은 2025년 지방공무원 9급 공·경채 필기시험이 치러지는 지난달 21일 서울 중구 장충중·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응시생들이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인사혁신처 자료를 보면 올해 9급 최종 합격자 중 20대는 62.3%, 30대는 31.9%다. 합격자 평균 연령은 29.3세다. 특히 국가직 9급 공채에는 총 10만5111명이 지원했다. 지난해 대비 약 1500명 증가했다. 경쟁률도 24.3대 1로 2021년 이후 처음 반등했다. 지방직 주요 직렬인 행정직과 기술직 지원자도 1236명 늘어났다. 이처럼 2030 세대의 공무원 도전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 증가했다.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공무원 입시 학원가에는 20대 학생들이 가득했다. 한 공무원 학원에서 만난 A씨는 최근 9급 시험을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A씨는 "요즘 취업 시장이 어렵고 또 기업도 요즘 어려워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곳도 있어서 안정적인 직장을 찾다가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친구들은 별로 없었는데 올해 저 말고도 친구 2~3명도 함께 시험을 준비한다고 하더라"라며 "시험 준비도 어렵지만 그래도 안정적인 직장을 갈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요즘 많이 지원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최근 보건직 공무원을 시험을 본 B씨(29)는 공무원 시험 응시 이유에 대해 "원래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며 "3교대를 하면서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일반적인 시간대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찾다가 보건직 공무원이 안정적이고 근무 환경이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은행권에서 희망퇴직을 받거나 사기업에서 신입 채용 계획이 없거나 수가 줄어드는 등 고용 불안은 높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발표한 '2025년 하반기 중견기업 고용 전망 조사 결과' 기준 조사 대상 중견기업 중 56%가 올해 하반기 고용 계획이 없다고 응답했다. 이유로는 실적 악화·긴축 경영(28.3%), 인건비 부담 증가(28.1%), 경기 악화 우려(20.6%)' 등이 있다. 높아진 고용 불안과 취업난으로 인해 2030세대 중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이들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연봉에 복지 늘어난 공무원, 2030세대 만족도 높일 수 있을까?
지속되는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이 불안해지자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는 2030 세대가 늘었다. 사진은 지난 23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공무원 학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 /사진=김인영 기자
경기 침체로 안정적인 직장에 대한 선호와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최근 2030세대가 공무원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안정성만은 아니다. 올해 기준 공무원 초임은 6.6% 인상됐다. 또 육아휴직 수당도 최대 250만원까지 확대됐다. 아울러 정부는 주 4.5일제 도입 같은 제도도 공무원을 상대로 먼저 추진하고 있다.


물론 사기업에 비해 공무원 초임 연봉은 높진 않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1월 실무직·저연차 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오는 2027년까지 9급 공무원 초임 보수를 수당 포함해 월 300만원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9급 공무원이 된 초임 보수는 269만원 정도다. 지난 2월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2023년 기준 우리나라 300인 이상 사업체에서 정규직 대졸 초임(연 임금 총액)은 초과급여 제외 시 연 5100만원, 초과급여 포함 시 연 5302만원이라고 밝혔다. 2년 전 자료 기준이지만 공무원보다 사기업 초임 연봉이 높은 편이다.

연봉이 사기업에 비해 낮지만 공무원 연봉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와 다양한 복지 정책은 워라밸을 중시하는 2030세대에게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 4.5일제 도입 추진, 육아휴직 수당 등 여러 혜택이 있기 때문에 고용불안, 취업난에 시달리는 2030 세대 내에선 공무원 도전에 나설 이들이 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