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정환 문화전문기자
"당신이 괴로운 건 너무 많이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이 한 문장이 신간 '적당히 잊으며 살아간다'의 모든 것을 말해준다. 94세 현역 심료내과 의사 후지이 히데코가 70년 가까운 진료 경험을 통해 깨달은 삶의 지혜를 한 권에 담았다. 후회도, 불안도, 과거의 성과도 적당히 흘려보내고 지금 나에게 집중하라는 것이 그의 핵심 메시지다.
책은 71가지 짧은 에세이 형식의 인생 처방을 담고 있다. 환자를 대하듯 부드럽고 단호하게, 때로는 삶의 사소한 순간들까지 놓치지 않고 지혜롭게 조언한다. 나이, 직업, 환경과 상관없이 '지금의 나'를 돌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반복해서 전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삶의 태도는 단순하지만 깊다. 가족과의 거리두기, 이름을 선택하는 자기결정권, 실패와 후회를 놓아주는 연습, 잘 먹고 잘 자는 생활습관, 배우는 즐거움을 놓지 않는 것. 이 모든 조언은 히데코가 직접 경험하고 환자들과 나누며 얻은 실천적 지혜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의를 지키면 관계가 좋아질 수 있습니다. 남남처럼 서먹서먹하게 행동하라는 게 아니라 타인을 대하듯 ‘그때그때 생각을 확실히 표현하라’는 의미입니다"('가족이니까'는 잊으세요 중에서)
" 과거의 눈부신 업적, 성과, 경험도 물론 자신이 공들여 쌓아올린 보물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줄곧 훈장처럼 가슴팍에 달고 다니기보다 '그런 일도 있었죠' 하고 때때로 이야기를 듣고 떠올릴 정도가 딱 좋습니다"(좋았던 과거도 적당히 잊으세요 주에서)
한편 히데코는 산부인과 의사로 출발했지만, 일곱 아이를 키우며 한때 전업주부로 살았다. 이후 다시 의사로 돌아와 정신과와 한방의학을 공부하며 지금까지도 일주일에 6일씩 환자를 본다. 그의 삶 자체가 '늦은 시작'과 '끊임없는 배움'의 증거다.
신간 '잊어야 할 일은 잊자'는 마음을 보송하게, 인간관계를 산뜻하게, 인생을 담백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적당히 잊으며 살아간다/ 후지이 히데코 지음/ 이미주 옮김/ 쌤앤파커스/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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