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메달은 없었지만 개인 최고 신기록에 근접할 만큼 경기력은 완전히 올라왔다. 스스로도 그간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환하게 웃었다. 파리 올림픽의 충격을 딛고, 우리가 알던 모습으로 돌아온 황선우의 이야기다.
황선우는 2025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00m에서 1분44초72를 기록, 4위를 차지했다. 이어 김우민, 이호준, 김영범과 함께 나선 계영 800m에서는 7분02초29를 합작하며 5위를 달성했다.
황선우는 한국 남자 수영의 간판이자, 상징적 존재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고교생 국가대표'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후 줄곧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써 왔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 2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메달 6개를 거머쥐었다. 2024 도하 세계수영선수권에선 한국 수영 최초로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획득, 파리 올림픽을 향한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많은 기대 속에서 나선 파리 올림픽은 황선우에겐 재앙이었다. 스스로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말할 만큼 급작스럽게 부진이 찾아왔고, 자유형 200m, 자유형 100m, 계영 800m 모두 입상에 실패했다. 놀라운 기세로 거침없이 성장했던 황선우였기에 '노메달'은 팬은 물론 스스로에게도 충격이었다.
다행히 황선우의 부진은 오래 가진 않았다. 이번 싱가포르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이후 처음으로 열린 메이저 국제 대회였는데, 황선우는 경기력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회복한 모습을 보였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지만 자유형 200m 준결선에서 1분44초84를 기록,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세웠던 개인 최고 기록(1분44초40)에 거의 근접한 기록을 냈다.
파리 올림픽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6초13, 준결선에서 1분45초92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나아진 기록이다.
정신적인 충격도 완전히 씻어냈다. 황선우는 지난 4일 귀국 인터뷰에서 "파리 올림픽 이후 기록까지 같이 침체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올라왔다. 그래서 안도감이 들었다. 앞으로 충분히 다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1분44초대 기록을 만들었다는 건 그만큼 컨디션이 많이 돌아왔다는 긍정적 신호"라면서 "내년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싱가포르에서 직접 황선우를 지켜본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통해 황선우는 확실히 돌아왔다. 싱가포르에서도 자신의 폼이 돌아왔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여겼고 표정은 밝았다. 특히 기록 면에서 1분45초 대에서 정체되지 않고 44초로 진입했다는 게 선수 개인에겐 상징적 의미"라고 귀띔했다.
이제 '돌아온 황선우'는 되찾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10월 열릴 부산 전국체전, 11월 치러질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통해 다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정조준한다.
수영계 관계자는 "어쨌거나 한국 수영에서 황선우가 차지하는 영향은 여전히 크다. 그런 황선우가 중요한 시기에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점이 반갑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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