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지난해 전북현대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잠시 충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두현 전 감독은 자신을 따라 축구 선수의 길을 걷는 아들 건우(성남FC 유스) 이야기가 나오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부족한 것 투성이"라고 냉정하게 말한 뒤 "아직 어린 친구다. 헛바람 들지 말고 차근차근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라고 감정을 아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주최하는 K리그 산하 중등부 유소년 클럽 대회 '2025 GROUND.N K리그 U15&14 챔피언십'이 9일 막을 올렸다. 21일까지 총 13일 동안 펼쳐지는 이번 대회의 모든 경기는 충청남도 천안시에서 열린다.
K리그 유스 챔피언십은 K리그 전 구단 산하 유소년 팀이 모두 참가하는 대회로, 2015년 시작해 올해 11회째를 맞는다.
지난해 데뷔와 동시에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고 EPL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한 양민혁, 수원삼성에서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다 역시 EPL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유니폼을 입은 박승수가 모두 이 대회 출신이다.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들의 잔치에 김두현 감독의 둘째 아들 김건우도 참가해 주목 받고 있다.
타고난 축구 지능과 넓은 시야, 묵직하고 정확한 오른발 킥으로 명성을 떨친 김두현은 2006년 K리그 MVP 수상 등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웨스트브롬위치알비온)까지 진출했던 스타플레이어였다.
아빠의 피를 닮은 덕분일까. 성남FC 유스팀 소속으로 출전하는 김건우는 2학년임에도 이미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K리그 주니어 A조에서 10골이나 터뜨렸다. 프로축구연맹은 김건우를 "큰 키는 아니지만 탁월한 위치 선정으로 헤더 득점을 자주 만들어낸다. 전방 침투, 슈팅 또한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아버지가 그랬다.
김두현 전 감독은 "(아들이)축구한다는 게 최대한 늦게 알려지길 바랐는데 너무 빨리 소개돼 당황스럽다. 많이 부족하고 어린 친구다. 괜히 겉멋 들까봐 조심스럽다"며 "지금은 차근차근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겨야 한다"고 아버지답게 또 지도자답게 조언했다.
그는 "아들이 축구를 아주 좋아한다. 다행히 어느 정도는 축구 센스도 있는 것 같다"면서 "시간이 될 때마다 함께 공도 차고 축구장도 다니면서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실 아들 입장에서는 피곤한 선생님이고 엄청난 잔소리일 텐데, 다행히 잘 받아들이고 있다. 그만하자고 해도 더 가르쳐달라고 하니, 그걸 보면 축구를 좋아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아버지의 뒤를 따라 축구 선수의 길을 걷는 2세들이 꽤 있다. 아빠가 인도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축구선수로 성공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반대하는 아버지도 적잖다. 김두현은 후자였다.
김 감독은 "성공할 확률 쪽으로 접근한다면 쉽지 않은 길이니 시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상당히 많다. 단체 생활을 통해 얻는 것도 많고 체력은 물론 정신력도 키울 수 있다"면서 "성장하는 시기에 축구가 좋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반대하지 않았다. 성공과 실패는 나중 문제"라고 현명한 부모의 자세를 보여줬다.
그래도 기왕 들어선 길, 당연히 좋은 선수로 자라길 바라는 마음이야 숨길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스타 출신 아버지는 끝까지 조심스러웠다.
김두현 감독은 "가장 고맙고 기특한 것은 아들이 축구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공부든 운동이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즐길 수 있는가인데, 지금까지는 재밌게 축구하고 있다"면서 "건우가 김두현이라는 아빠 이름을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조용하게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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