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광화문에 석측에 적힌 낙서(국가유산청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 경복궁 광화문 일부가 '낙서 테러'로 훼손돼 국가유산청이 긴급 복구 작업에 나선 가운데, 낙서는 지워졌지만 완전한 원상 복구는 어렵게 됐다. 훼손 범위는 가로 177㎝, 세로 31㎝에 이른다.


국가유산청은 11일 오후 알림 문자를 통해 "광화문 석측 낙서 제거 작업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 시작된 복구 작업은 오후 5시 마무리됐으며,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보존처리 전문가 7~8명을 포함해 약 20명이 작업에 투입됐다.

복구에는 '블라스팅'과 '레이저 클리닝', '색 맞춤 처리'가 적용됐다. 정소영 국가유산청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장은 뉴스1에 "블라스팅은 강한 압력으로 오염 부위를 제거하는 방법"이라며 "주로 미세한 돌가루를 사용해, 이를 강한 압력으로 표면에 분사해 마찰을 일으켜 오염물을 제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돌 표면에 직접 분사할 경우, 글자가 새겨진 부분만 정확히 닿지 않고 주변으로 빗나가는 입자들도 생기기 때문에 글자가 새겨진 부위처럼 오염이 심한 부분에는 레이저 클리닝을 추가로 적용한다"고 덧붙였다.


복구 작업 진행 모습(국가유산청 제공)


정 과장은 그러면서 "한 번 훼손된 경우 어떤 방법을 써도 100% 복원은 어렵다"며 "마지막 단계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주변 석대와 색을 맞추는 '색 맞춤 처리'를 한다, 다만 가까이서 보면 색 차이가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아크릴 물감 특성상 비나 외부 환경에 따라 변색이 생길 수 있어 앞으로 일주일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며 후속 작업 필요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구 비용 산정 작업은 오는 12일부터 시작된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이날 오전 8시 10분쯤 김모 씨(79)가 광화문 석축에 낙서하는 모습을 현장 근무자가 발견해 상황실에 보고했다"며 근무자는 김 씨의 낙서 행위를 중단시켰고, 이후 김 씨는 경찰에 인계됐다고 전했다.

김 씨는 검은 매직으로 "국민과 세계인에 드리는 글,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낙서를 남겼다. 김 씨가 글을 쓴 정확한 의도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경복궁은 지난 2023년에도 '낙서 테러'를 당했다. 10대 청소년이 '낙서하면 300만 원을 주겠다'는 불법 영상 사이트 운영자의 말을 듣고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인근 궁벽에 스프레이 낙서를 남겼다. 이 낙서를 지우는 데 1억 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