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의사의 유묵(생전에 남긴 글씨나 그림)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자료제공=경기도
경기도가 광복 80주년을 맞아 안중근 의사가 사형을 앞두고 남긴 항일 유묵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을 국내로 들여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1910년 3월, 사형을 며칠 앞둔 안 의사께서 남기신 이 글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뜻"이라며 "죽음을 초월한 항일의 의지와 담대한 경고가 담겨 있다"고 밝혔다.


도에 따르면 올해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를 비공개로 추진, 일본 소장자와의 협상을 벌인 끝에 최근 국내로 들여오는 데 성공했다.

도는 약 20년 전 일본에서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독립(獨立)'과 '장탄일성 선조일본(長歎一聲 先弔日本)' 등 2점을 최초 발견한 민간 탐사팀에게서 일본 측 소장자의 국내 반환 의사를 확인하고, 귀환을 위해 노력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60여 점으로, 이중 31점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독립'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항일정신이 직접 투영된 작품으로, 그 가치를 국보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장탄일성 선조일본'은 '큰 소리로 길게 탄식하며, 일본의 멸망을 미리 조문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안 의사가 일본제국 관동도독부(여순감옥과 재판부를 관장)의 고위 관료에게 건넸고, 그 관료의 후손이 보관해왔다.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림 없었던 안 의사의 기개와 역사관, 세계관이 담긴 작품으로, 국내에 들어온 적이 없다.

경기도가 국내 송환을 추진하는 안중근 의사의 유묵 ‘독립’. /자료제공=경기도
'독립'은 안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직접 써서 일본인 간수에게 건넨 것으로 '나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죽는다'는 굳센 신념을 응축한 대표작이다.

현재 교토 류코쿠 대학이 일본인 간수의 후손으로부터 위탁받아 보관 중이다. 국내 전시가 몇 차례 있었으나 아직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다.

두 유묵은 항일 투쟁의 결정체이자 안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을 상징하는 중요한 문화유산이지만, 오랜기간 일본에 남아 있었다.

도는 안중근 의사 유묵 귀환 프로젝트가 모두 성사되면 한반도 평화의 상징이자, 안중근 의사의 고향인 황해도 해주와 가까운 DMZ지역에 '안중근 평화센터'를 조성해 전시할 계획이다. 안중근 평화센터는 안 의사 기념사업을 비롯해 추가 유묵 발굴·수집, 동아시아 평화 교류를 위한 연구 및 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강한 의지에 따라 앞으로 광복회 경기도지부와 협력해 유묵 귀환을 반드시 성사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귀환이 무산될 경우, 작품이 개인 소장자나 해외 수집가에게 넘어갈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공공의 역사 자산이 영원히 국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역사적 책임감을 갖고 귀환 프로젝트에 임하고자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