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대표팀(대한배구협회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진주에서 열린 6일간의 2025 코리아인비테이셔널 진주국제여자배구대회를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1승4패다. 주전이 나서지 않은 일본을 상대로는 이겼고, 아르헨티나·프랑스·스웨덴·체코를 상대로는 졌다.

성적표에는 아쉬움이 있지만, 수확도 꽤 있다.

우선 해외 배구 강팀들을 상대로 직접 실전을 경험한 것 자체가 귀한 소득이었다. 한국은 올해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1승11패로 최하위를 기록, 강등됐다.


VNL에 나서지 못하는 한국이 당장 나설 수 있는 대회는 아시아선수권과 아시안게임 등 아시아 무대뿐이다. 그래서 세계선수권을 앞둔 유럽 및 남미 강팀과의 격돌은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연습을 아무리 많이 하더라도 결국 실전에서 붙어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직접 부딪치고 깨져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따로 있다"며 이 대회를 반겼다.

이번 대회 한국 경기를 모두 현장에서 중계한 차상현 SBS 해설위원 역시 "이번 진주대회가 없었으면 여자대표팀은 올해 아예 더 치를 경기가 없었을 정도였다. 힘든 시기인데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초청 대회를 통해 수준 높은 경기를 해본 것은 분명 소득"이라는 견해를 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대한배구협회 제공)


남부 소도시 진주에서 배구 열기를 확인한 것도 한국 배구엔 자산이다.

한일전이 열렸던 지난 16일에는 5300석의 진주체육관이 꽉 들어찼고, 그 외에도 대부분의 경기에 2000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하며 도시 전체가 배구 열기로 들썩였다.

차상현 해설위원은 "여자배구 대표팀 경기가 처음으로 진주에서 열렸다. 그동안 V리그가 남부 지역에선 열리지 않아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부 지역의 배구 흥행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짚었다.

V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남자부 OK저축은행이 새로운 연고지 부산에서 홈 경기를 갖는다. 대전 이남 지역에서 남자 배구 홈 경기가 열리는 건 처음이다. 여자부는 전라도 광주에 페퍼저축은행이 있지만 경상도에는 팀이 없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대한배구협회 제공)


경기력 측면에서도 가능성을 봤다. 주장으로서 VNL 탈락 이후 위축됐던 강소휘는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첫 경기 아르헨티나전만 해도 1점으로 흔들렸으나, 이후 프랑스전에서 팀 최다인 15점을 낸 것을 시작으로 스웨덴전 10점, 일본전 14점 등으로 주장다운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 아포짓 스파이커 문지윤은 5경기 통산 66점을 몰아치며 '모랄레스호' 주득점원으로 활약했다.

V리그에서는 가장 많은 득점을 낼 수 있는 아포짓 자리에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 포진, 국내 선수가 이 포지션에 적응하기가 환경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문지윤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도 기대를 높인다. 문지윤은 20점 이후 승부나 압박감 큰 듀스에서 과감한 스윙으로 '담력'을 높였다.

이 밖에 모랄레스 감독 체제에서 처음으로 대표팀에 발탁된 박은진의 실험을 포함, 이다현과 정호영 등 미들블로커들이 세계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도 향후 여자배구가 그릴 밑그림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해외 팀들과의 높이 대결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대한배구협회 제공)


동시에 이번 대회는 세계 배구 강국들의 수준과 트렌드가 한국과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차상현 해설위원은 "해외팀들은 높이에서 우리보다 우위에 있다. 그러면서도 각 팀마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한 방'까지 갖고 있더라"면서 "우리는 냉정히 말해 그런 한 방이 없다. 어려운 때에도 서로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여러 선수가 조직력으로 그 격차를 메워야 하는데 높이마저 뒤지니 쉽지는 않았다"고 총평했다.

이어 "스웨덴의 이사벨 하크가 확실히 퍼포먼스가 좋더라. 점프, 서브, 스텝, 파워 등이 전위와 후위에서 다 좋고 스스로도 경기하는 내내 자신감이 넘치더라. 배울 점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유명 선수들을 직접 본 팬들도 느낀게 많다. 진주체육관을 찾은 30대 팬 이준규 씨는 "체코의 그로저 헬레나 선수의 팬이다. 직접 보니 확실히 영리하고 훌륭한 플레이를 하더라"면서 "수준 높은 선수의 경기를 직접 보니 공부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의 경기 모습(대한배구협회 제공)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해외팀들의 반응도 좋다.

스웨덴과 체코 등은 팀 매니저를 통해 "한국의 좋은 환경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한국의 경기가 아닐 때도 많은 관중이 자리를 지켜줘서 놀랐다. 덕분에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긴장감을 유지한 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다만 운영상의 아쉬움도 있었다. 지난 16일 한일전서 오심 논란이 일어, 홈 팀에 지나친 혜택을 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이번 대회는 15경기 모두 한국인 주부심이 진행했다.

대한배구협회는 이번 초청 대회를 통해 얻은 소득과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하는 한편, 앞으로 이와 같은 국제대회를 안방에서 꾸준히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