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여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생각에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5.8.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거장' 박찬욱 감독이 이병헌과 선보이는 필사의 생존극 '어쩔수가없다'로 9월 극장가를 찾아온다.


1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박찬욱 감독, 이병헌, 손예진, 박희순, 이성민, 염혜란, 차승원 등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를 연출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다.

이날 자리에서 박찬욱 감독은 20년간 품어온 이야기인 '어쩔수가없다'를 선보이기까지 과정에 대해 밝혔다. 그는 "많은 책을 읽어왔는데 이렇게까지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 작품은 없었다"며 "미스터리 장르라는 게 누가 범인인지 수수께끼가 풀리고 나면 (궁금증이) 다 해소돼서 음미하기엔 재밌지 않은데 이 작품은 처음부터 범죄를 저지르려고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해서 따라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께끼 이런 건 없지만 멀쩡했던 보통 사람이 사회 시스템에 내몰리게 되는 과정을 묘사하기 때문에 몇 번 곱씹어도 재미가 있더라"며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고 심리적 장치가 잘 돼 있다, 아주 씁쓸한 비극이라 새로운 종류의 부조리한 유머를 넣을 만한 가능성이 보였다, 소설에도 그렇게 나와 있지만 내가 만든다면 더 슬프게 웃긴 그런 유머가 살아날 수 있겠다 했다"고 밝혔다.


이병헌은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 역을 맡았다. 그는 박찬욱 감독과 'JSA 공동경비구역'과 '쓰리, 몬스터' 이후 재회하게 된 데 대해 "어릴 적엔 내 거 하느라고 벅차고 힘들었다"며 "그러다 감독님을 오랜만에 뵀는데 저렇게까지 신경을 많이 쓰고 디테일하게 모든 걸 다 관할해야 하는구나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 연출해 볼 생각 없냐고 여러 감독님이 제안해 주셨는데 그렇게 해볼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고 연기하는 게 더 좋았지만 이번에 감독님과 작업 통해서 '난 못하겠구나' 했다"며 "거장이 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를 생각했다"고 감탄했다.

배우 이병헌(왼쪽)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여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감독 박찬욱)에 참석해 손예진과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5.8.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또한 이병헌은 시나리오를 보고 박찬욱 감독에게 '웃겨도 되냐'고 질문했던 일화를 밝혔다. 그는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너무 재미가 있는데 감독님이 만드신 작품이 맞나 할 정도로 웃음 포인트가 많더라"며 "'내가 다르게 읽은 건가' 묻는 차원이기도 했다, 그랬더니 '그러면 더 좋다'고 하시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저 웃긴 작품이 아니라는 걸 처음 대본 읽었을 때 영화 보시게 되면 느끼실 것"이라며 "감독님께서 이 작품이 슬프면서 웃기다고 하셨는데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들면서 웃는 상황이 생긴다, 한마디로 코믹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양한 감정을 한꺼번에 느끼는 묘한 경험을 하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손예진은 만수의 아내 미리 역을 맡았다. 그는 '협상'(2018) 이후 7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하게 된 데 대해 "박찬욱 감독님과 함께하는 작품으로 인사드리게 돼서 영광"이라며 "이 자리가 진짜 좋아하는 작품 보면서 감탄했던 배우들과 함께하게 됐다는 게 기분 좋고 설렌다"고 말했다. 이어 "곧 영화가 개봉하는데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기도 하고 좋은 영화가 나왔으니 기대해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또한 7년 만의 복귀작으로 이번 작품을 선택한 데 대해서는 "가장 큰 이유는 감독님과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이병헌 선배님이 캐스팅된 상황이었는데 제 캐릭터를 다 배제하고 이 작품을 하지 않으면 후회하겠다 했다"며 "너무나 강렬한 서사였고 책을 덮고도 '내가 하는 게 맞는 건가' 생각이 들면서도 안 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손예진은 출산 이후 엄마 역할을 소화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아이를 낳고 첫 작품이라서 (출산 및 육아 경험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운을 뗀 후 "아이 낳기 전에도 엄마 역할을 해봤는데 실제로 경험한 건 다르구나 싶었고 그 어떠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이와 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며 "극 중에서 엄마의 모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어서 가족을 책임지고 싶어 하고 따뜻한 엄마 역핼 해주고 싶은 긍정적인 엄마의 모습이라는 점에 있어서 몰입하기 쉬웠다"고 설명했다.

배우 이병헌(오른쪽)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여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박찬욱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5.8.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이병헌과 손예진은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손예진은 "호흡이 너무 잘 맞아서 아쉬울 정도로 빨리 끝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이병헌은 "예진씨 작품 보다가 '우리가 어떻게 처음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지' 했다"며 "'미리가 이렇게 연기할 거야' 했던 상상에서 한참 벗어나서 디테일하게 연기를 해주더라"고 감탄했다.

배우 손예진이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여쩔수가없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의자에 앉아있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2025.8.19/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박찬욱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이 인물에 대해서 들여다보면서 '그래 어쩔 수가 없었겠구나 너도' 안타까운 마음이 들 것"이라며 "심지어 만수를 해고하는 이의 입에서도 이 대사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 사회,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리해고, 구조조정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슬픈 일이고 그걸 행하는 사람들도 늘 하는 말은 '어쩔 수가 없다'이다"라며 "각자 이유가 있는데 그것이 충돌해서 빚어내는 비극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박희순 또한 이번 작품에 대한 극찬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그는 "대본이 너무 재밌고 코미디 요소가 많았다"며 "극적 갈등이 고조될수록 웃음 강도가 커지는 페이소스가 있는 굉장히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이런 작품을 감독님이 쓰셨다고?' 하는 의아함이 들 정도로 독특했다"며 "감독님 작품 중에 가장 웃음 포인트가 많지 않았나 하는데 이제 칸을 노리지 않으시고 1000만을 노리시나 했다"고 너스레를 떨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한편 '어쩔수가없다'는 오는 9월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