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19일 열린 KBO리그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2-5로 졌고 20년 만에 9연패를 당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브레이크 장치가 고장 난 롯데 자이언츠는 20년 만에 충격적인 9연패를 당했다. 위기를 막지 못하고 찬스는 살리지 못하는 등 속 터지는 경기력이 이어지면서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롯데는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선두 LG 트윈스에 2-5로 졌다.

지난 7일 부산 KIA 타이거즈전부터 단 한 경기도 못 이긴 롯데는 9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 기간 유일하게 패하지 않은 경기는 8-8로 비겼던 17일 부산 삼성 라이온즈전이다. 야구 경기의 무승부는 승률과 연승, 연패 계산에서 빠진다.


20년 만에 잊고 싶은 기록을 또 썼다. 롯데가 9연패를 기록한 것은 2005년 6월 6일 수원 현대 유니콘스전부터 14일 마산 두산 베어스전까지 이후 처음이다.

롯데는 연패 기간 투타가 엇박자를 냈다. 투수들이 잘 버티고 있을 때 타자들은 침묵했고, 모처럼 타자들이 힘을 내면 막판 투수들이 흔들려 승리를 놓쳤다.

이날 LG전은 총체적 난국에 빠진 롯데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먼저 침체한 타선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롯데는 안타 10개와 사사구 3개, 상대 실책 1개 등으로 총 14차례 출루했지만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울어진 9회초 2사 2, 3루에서만 빅터 레이예스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다. 이 한 방의 영양가는 전혀 없었다.

LG(안타 9개·사사구 3개)보다 생산 능력은 더 좋았으나 타선의 응집력이 너무 떨어졌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빅터 레이예스. (롯데 자이언츠 제공)


특히 롯데는 2회초 2사 만루 기회를 잡았으나 황성빈이 헛스윙 삼진으로 침묵, 선취점을 따낼 기회를 놓쳤다.

4회초 1사 1루에서는 박찬형의 타구가 상대 중견수 박해민의 호수비에 막히는 불운까지 있었다.

이렇게 롯데는 초반 싸움에서 번번이 득점에 실패했고, 결국 4회말 LG에 선취점을 뺏겼다.

롯데가 최근 어려운 경기를 펼치는 이유 중 하나는 기선 제압을 못했기 때문이다. 5일 KIA전부터 12경기 연속 선취점을 뽑지 못해 매번 끌려갔다.

여기에 타선은 5회까지 상대 선발 투수를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롯데의 최근 10경기 기준 1~5회 득점은 단 1점에 그쳤고, 당연히 좋은 흐름을 탈 수 없었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상대 1~3선발을 계속 만나기도 했지만, 우리 타자들이 너무 치지 못했다. 타격감이 워낙 안 좋다"며 "선취점을 따내면 다양한 작전을 펼칠 수 있지만, 뒤지고 있으면 그런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후반에는 살아났던 롯데 타선도 이날 뒷심이 떨어졌다.

롯데는 6회초 1사 만루에서 득점에 성공했다면 흐름을 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만루에 강했던 타자들도 연패 부담감 때문인지 헛심만 썼다. 만루 타율 0.500의 전민재는 삼진을 당했고, 만루 타율 1.000의 대타 노진혁은 1루수 땅볼에 그쳤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빈스 벨라스케즈는 19일 열린 KBO리그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고전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마운드 사정도 다르지 않다. 선발 투수는 상대 선발 투수와 대등하게 맞서지 못했다. 이날도 빈스 벨라스케즈는 4회말과 5회말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실점했다.

불펜 역시 8회말 김현수에게 결정적인 2점 홈런을 허용해 추격의 동력을 잃었다.

뾰족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 롯데 선수들은 길어지는 연패에 부담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경기력도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롯데는 28경기가 남아있다. 시즌 안에는 연패 사슬을 끊을 테지만,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면서 당연히 8년 만에 밟을 줄 알았던 포스트시즌 무대도 멀어지게 생겼다.

9연패를 당하고도 여전히 3위에 올라있지만, '바람 앞의 등불' 신세다. 포스트시즌 탈락 마지노선인 6위 KT 위즈와 승차가 불과 1.5경기다.

롯데의 구단 최다 연패 기록은 2002년 6월 2일 마산 한화 이글스전부터 26일 부산 LG전까지 기록했던 16연패다. 이 안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롯데는 불명예스러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다.

더구나 이대로 반등하지 못할 경우 올해 가을야구도 '남의 잔치'가 될 수 있다. 시즌 개막 후 가장 큰 시련을 맞이한 거인 군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