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기조 속에서 기강 해이와 경영성과 부진 문제를 노출한 한국농어촌공사가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한국농어촌공사
내부 기강 해이와 성과 부진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맞닥뜨린 김인중 한국농어촌공사(KRC) 사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 통폐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인중 사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지난 5월 임명됐다. 당시 정가와 농민단체에서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로 비판을 받았고 더불어민주당은 임명 당시 "제2의 내란"이라고 평가했다.


2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KRC의 올해 1분기 징계는 총 5건(견책 2건, 감봉·정직·해임 각 1건)으로 농식품부 산하 주요 공공기관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한국마사회는 징계가 없었고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는 1건에 그쳤다.

최근에는 10년 가까이 노조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던 한 조합원이 조합비 8억원을 횡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KRC 노조는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된 해당 건에 대해 지난달 수사를 의뢰했다. KRC는 2013년에도 한 직원이 3년간 약 7억원의 공금을 횡령했다가 적발된 바 있다.

KRC는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공직기강에 대한 비판을 받았다. 서천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총 44명의 KRC 임직원이 징계를 받았다. 이 중 13명(29.5%)에겐 금품수수 등 금전 관련 비위행위나 음주운전 같은 범죄로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이상 처분이 내려졌다. 국감에서 기강 해이에 대한 지적을 받았음에도 문제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서 의원은 "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책임지는 공사에서 반복적으로 중대한 비위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도덕적 해이와 내부통제 부실을 방치한다면 국민적 신뢰 회복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 만큼 공사는 인사·감사 시스템 전반을 철저히 재점검하고 부패 방지 체계를 근본부터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 성적표도 좋지 않다.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전년과 동일한 '보통(C)' 등급이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2억2300만원에서 6억8300만원으로 93.9% 감소했다. 지난해 말 기준 KRC의 부채비율은 648.21%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직원들은 거액의 성과급을 챙겼다. 지난해 KRC 직원(정규직)들이 수령한 평균 성과상여금은 1661만5000원이다. 2023년 경영평가 등급이 '양호(B)'에서 '보통(C)'으로 떨어졌음에도 직원들은 평균 228만3000원의 경영평가 성과급을 받았다. 기관장 및 상임감사·이사의 평균 성과급은 3225만원이었다.

김인중 사장은 '알박기 인사'라는 정치적 부담 외에 내부적으로는 기강을 다잡고, 외부적으로는 경영 성과를 개선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정부가 공공기관 개혁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KRC가 뚜렷한 성과를 입증하지 못하면 통폐합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 통폐합도 좀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방만한 운영을 하는 공공기관은 그 자체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의미"라며 "존재 가치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이라면 과감한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통령의 평소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KRC 측은 공직기강 해이 문제와 관련한 개선 방향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