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김자인. 2025.8.21/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암벽 여제' 김자인(37·더쉴)에게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세계선수권대회는 의미가 크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무려 31차례 정상에 오른 김자인은 세계선수권에서도 역사를 썼다.

그는 2012년 파리 대회에서 콤바인 우승을 차지하며 한국 스포츠클라이밍 최초로 세계선수권 금메달 쾌거를 이뤘다. 이어 2014년 히혼 대회에서는 첫 리드 종목 정상에 오르는 등 세계선수권에서만 총 6개의 메달(금 2개·은 3개·동 1개)을 목에 걸었다.

오는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2025 세계선수권대회는 김자인에게 더 각별하다.


먼저 국내에서 처음 개최되는 세계선수권이라 감회가 새롭다. 그리고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은 '엄마 선수' 김자인이 출전하는 마지막 세계선수권이다.

김자인은 21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회 미디어데이에 참석해 "오랫동안 세계선수권에 출전해왔다. 이번 대회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데다 나의 마지막 세계선수권"이라며 "후회를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대표팀을 잘 이끌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자인은 이번 대회에서 서채현, 김채영, 오가영, 김주하와 함께 리드 부문에만 출전한다.

리드는 그가 한때 세계 최정상 기량을 뽐냈던 종목으로, 6분 안에 15m 높이의 암벽에 설치된 홀드(인종 구조물)를 잡고 최대한 높이 등반해 순위를 가린다.

김자인은 "선수로서 당연히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면서 "메달 욕심보다는 이렇게 큰 대회에 선수로 뛰게 돼 영광스럽다. (예선과 준결선을 통과해) 결선 무대에 올라 등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김자인(오른쪽)과 조좌진 대한산악연맹 회장. 2025.8.21/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최고령 선수인 그는 나이가 큰 장애물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자인은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게 신기하다. 엄마 선수로서 훈련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지만, 이 또한 내 소중한 인생이라 생각한다. 훈련 시간이 적어도 집중도를 높이고,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한다"며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없다. 젊었을 때와 비교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여전히 암벽을 오르는 이유는 '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김자인은 "내일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라고 웃은 뒤 "그래도 내 나이까지 (선수로) 할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다. 이번 세계선수권이 현역 마지막 대회는 아니다"고 밝혔다.

스포츠클라이밍은 2021년 개최한 2020 도쿄 올림픽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김자인은 한 번도 올림픽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올림픽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을 접지 못해 여기까지 달려왔다. 계속 도전하고 싶은 열망도 커졌다"며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도전 의사를 밝히기엔 이르다. 지금은 스포츠클라이밍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하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