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우승 직후 다음 시즌엔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과거 흑역사가 또다시 반복될 것인가. 시즌 개막 전만 해도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던 KIA 타이거즈가 이젠 가을야구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KIA는 지난주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키움 히어로즈, LG 트윈스를 상대로 1승5패에 그쳤다. 홈 6연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너무도 아쉬운 성적표다.
주중 첫 경기 승리 이후 내리 5연패 하며 오히려 분위기가 가라앉은 KIA는 시즌 전적 54승4무58패가 돼 8위로 내려앉았다.
시즌 내내 5할을 오가는 성적을 냈지만, 최근의 연패로 승패 마진은 '-4'가 됐고 공동 4위 KT 위즈, 롯데 자이언츠와의 격차는 3게임 차로 벌어졌다. 롯데의 부진을 틈타 NC 다이노스, 삼성 라이온즈 등이 약진했지만 KIA는 오히려 순위가 더 고꾸라진 셈이다.
KIA의 올 시즌은 '불운'하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일궜던 전력에서 이탈이 거의 없었지만, 개막과 함께 부상자가 속출했다.
그래도 '잇몸의 힘'으로 버티며 전반기까지 선전했는데, 후반기 들어 불펜 붕괴와 함께 공수 불균형이 이어지며 아쉬운 모습을 거듭하고 있다.
KIA의 후반기 전적은 9승1무18패(0.333)로 10개 구단 중 꼴찌다. 압도적인 최약체 키움(11승1무18패·0.379), 최근 12연패에 빠졌던 롯데 자이언츠(12승2무18패·0.400)보다도 성적이 저조하다는 건 되짚어볼 문제다.
지난주 5연패 기간도 내용이 아주 좋지 못했다. 마운드가 안정될 땐 타선이 침묵하고, 타선이 폭발할 땐 마운드가 무너지는 '엇박자'의 연속이었다.
특히 선두 LG와의 3연전은 모두 내줬는데, 사흘간 잔루가 37개에 달할 정도로 찬스에서의 집중력 부재에 시달렸다.
팀 내부 분위기도 크게 가라앉았다. 이미 김도영의 시즌 아웃, 마무리투수 정해영의 긴 슬럼프에 따른 2군행 등의 악재가 있었는데, 지난주엔 외야수 박정우의 황당한 '끝내기 주루사'가 나왔다.
10-11로 뒤지던 9회말 대주자로 출전한 박정우는 1사 만루에서 김태군의 뜬공 타구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타구가 잡히기 전부터 달리다 주루사를 당했다. 3루 주자 김호령이 태그업 해 홈에 들어오기 전 박정우가 먼저 아웃되면서 동점이 될 찬스가 허무한 패배로 끝났다.
박정우의 '찬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경기 후 자신의 SNS 계정에 악플을 단 팬에게 욕설이 섞인 메시지를 보내며 부적절한 언쟁을 한 것이 공개되면서 큰 비난을 받았다. 선수 개인 계정에 악플을 단 팬의 행동 역시 정당화될 수는 없으나, 팬에게 욕설과 협박 등으로 대응한 박정우의 행동은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KIA는 박정우를 2군으로 내려보내며 수습에 나섰지만 뒤숭숭한 분위기를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LG에 허무한 3연전 스윕패를 당했다.
아직 예단하기엔 이르지만, 현재의 경기력과 분위기를 감안하면 전년도 우승팀이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는 '참사'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KIA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KIA는 2009년 해태에서 모기업이 바뀐 이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으나, 이듬해인 2010년 팀 역사상 최다인 16연패에 빠진 끝에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긴 기다림 끝에 2017년 다시 한번 우승의 기쁨을 일궜으나, 2018년엔 또 한 번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번에는 막차(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은 했지만 한 경기만에 가을야구가 종료돼 실망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2024년 우승 이후 맞이한 2025년, KIA는 또다시 추락의 역사를 반복하는 모양새다. 지난 시즌 통합 우승 이후 "우승의 기쁨에 취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지키지 못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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