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 5월14일 취임한 김 사장의 임기는 2028년 5월13일 만료된다. 정권 교체기를 거친 전임 기관장들이 대부분 잔여 임기를 채우지 못했던 만큼, 그의 거취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4월4일 윤 대통령의 탄핵 선고 이후인 5월13일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김 사장의 인선이 이뤄졌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KRC 내 정권 교체에 따른 기관장 사임은 전신인 농업기반공사에서부터 이어졌다. 2대 사장이었던 배희준 전 사장은 참여정부가 출범하고 난 2004년 1월 2년여의 잔여 임기를 놔두고 사표를 제출했다. 참여정부에서 임명된 임수진 전 사장은 취임한 지 1년 3개월 만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퇴임했다. 2011년 10월 취임했던 고 박재순 전 사장도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기관 자체가 곤욕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박근혜 정부 말인 2016년 10월 임명됐던 정승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2월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사의를 표했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은 전세버스 4대와 조사관 100여명을 동원해 KRC를 상대로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11건의 탈세가 적발돼 467억원을 추징당했다.
악재는 윤석열 정부에서도 반복됐다. 2022년 12월 부산지방국세청은 KRC에 대규모 조사 인력을 파견해 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감사원도 2022년 8월부터 약 3개월간 KRC를 상대로 5건의 감사를 실시했다. 이를 두고 "대표적인 친문 인사로 꼽혔던 이병호 전 사장을 사퇴시키기 위한 압박"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이 전 사장은 이를 견뎌내며 임기를 모두 채우고 지난 3월 퇴임했다.
이에 정권 교체기마다 계속돼 온 기관장 수난이 김 사장 체제의 KRC에서도 반복될 것이라는 가능성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에서 임명된 이른바 '알박기 인사'들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서다. 김 사장은 윤 전 대통령의 파면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 5월 이주호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 의해 임명되면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농림식품부 차관을 지낸 농정 핵심 인사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정일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해당 법안은 공공기관의 기관장과 감사의 임기를 대통령과 일치시키고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새 정부 출범 이후 6개월 내로 직무수행평가를 실시해 해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지난 25일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정일영 의원실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난 후 대행 체제일 때 계속해서 (공공기관장을) 임명하지 말라고 의견을 내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명) 진행이 됐던 부분들을 집중적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직무수행능력평가에 대해서는 "새로 꾸려진 정부의 국정 기조나 방향과 일치하는지를 보게 될 것"이라며 "기관장 개인의 전문성이나 역량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관련 발의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는 분이 공공기관의 임원으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찬성 의사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계엄과 탄핵의 혼란을 틈타서 임명된 기관장 문제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KRC 측은 김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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