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만호씨(63)가 은퇴 후 재취업해 인생 후반전을 즐기고 있다. 사진은 전씨 모습. /사진=김동욱 기자
매일 아침 서울 여의도 국회를 누비며 다회용컵을 수거하는 신사가 있다. 은퇴 후 재취업해 인생 후반전을 살아가고 있는 전만호씨(63)의 이야기다. 전씨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다회용기 토탈 솔루션 기업 더그리트에서 일하며 개인적 행복과 탄소중립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하루 2만보 걸으며 일해도 '행복'… "쉬었을 때가 더 불행"
전씨의 하루는 오전 7시 국회에 출근하며 본격 시작된다. 오전 7시3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점심시간 제외 총 8시간이 근무시간이지만 30분 일찍 일터에 나와 맡은 일에 나선다. 주요 업무는 담당 구역에서 다회용컵을 수거하는 것. 국회 곳곳을 돌아다니느라 하루 2만보 정도를 걷지만 전씨는 힘든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은퇴 후에도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마냥 행복해 보였다.

전씨가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점은 1987년이다. 당시 제일모직 경영지원팀으로 입사해 경리·인사·총무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유니엔지니어링·선농식품·덕봉개발 등에서 관리담당 업무를 맡다가 2022년 은퇴했다. 정년퇴직한 뒤에도 일할 여건과 건강이 갖춰져 있었으나 1년 정도 쉬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여행과 독서, 운동에 시간을 쏟으며 일상을 보냈다.


은퇴 후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어느 순간 무기력감을 느끼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주위 친구들은 은퇴 후 일자리를 다시 찾았는데 자신만 수입 없이 돈만 쓰는 듯한 모습도 부정적으로 다가왔다. 전씨가 은퇴 후 다시 일터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한 궁극적인 이유다. 그는 은퇴 직후를 회상하며 "스스로 눈에 보이지 않게 망가지는 것 같아 직장을 다시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쉽지 않았던 시니어 이직… 도움 건넨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
사진은 인터뷰를 통해 재취업 과정을 설명하는 전씨. /사진=김동욱 기자
전씨는 지난해 용산구청에서 하루 6시간 근무하는 동행 일자리에 취업하며 인생 2막을 열었지만 얼마 안 가 더 일하고 싶은 마음에 이직을 결심했다. 금전적·시간적으로 봤을 때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장에서 근무하는 게 더 효율적일 것으로 전씨는 생각했다. 짧은 근무시간 탓에 개인 시간이 남아 적적했던 것도 이직을 결심한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이직을 위해 사기업·정부기관·공기업·시니어일자리센터 등에 관한 정보를 얻고 이력서를 넣었으나 잇따라 낙방하며 쓴맛을 봤다.

이때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가 전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는 전씨에게 연락해 더그리트 지원을 제안했고 결국 취업으로 이어졌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니어일자리지원센터는 ▲시니어의 학력과 경력에 맞는 민간 취업 연계 ▲서울형 신노년 적합 일자리 창출 ▲공공일자리 지원 ▲교육 및 창업 지원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용 대상은 서울 거주 60세 이상 시니어와 재취업을 희망하는 은퇴자 및 정년퇴직 예정자 등이다.

전씨는 "용산구청에서 이직하기 위해 수차례 면접을 봤지만 모두 떨어졌던 게 오히려 전화위복이 돼 더그리트에서 일할 수 있게 됐다"며 "먼저 더그리트 지원을 제안하고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준 담당자에게 아주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건강 닿는 한 일할 것… 눈치 보지 말고 원하는 인생 설계"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다회용컵을 수거하는 전씨. /사진=김동욱 기자
전씨는 인터뷰 내내 더그리트에서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친환경과 탄소중립을 위해 사업을 펼치는 더그리트의 일원으로 일하는 게 사회적 효능감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더그리트는 '지속 가능한 다회용기 토탈 솔루션으로 탄소중립을 실천한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총 6072톤의 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냈다.


60대 중반에 접어든 전씨는 아직도 일하고 싶은 마음이 여전하다. 직장에 출근해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게 신체적·정신적 건강으로 이어진다는 게 전씨 생각이다. 경제적 여유를 챙기는 것은 물론 사회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자부심, 사회적 자신감 상승도 전씨가 직장생활을 지속하고 싶은 이유다. 전씨는 건강을 잃지 않는 한 더그리트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다고 했다.

전씨는 "60대 중반에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며 "행복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직장에 소속돼 있으면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생긴다"며 "다른 시니어분들도 나이가 있다고 눈치 보지 말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인생을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