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굳건하던 안현민(KT 위즈)이 주춤한 사이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치고 올라왔다. 프로야구 타격왕 경쟁이 대혼전으로 접어들었다.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정규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7일 현재까지 레이예스가 0.335로 타격 부문 1위에 올라있다.
그 뒤를 양의지와 안현민이 뒤쫓는다. 나란히 0.333의 타율로 레이예스를 2리 차로 뒤쫓는 형국이다.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근소한 격차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타격 부문은 안현민의 '독주 체제'였다. 안현민은 7월 말 규정 타석에 진입한 동시에 타율, 출루율, 장타율 부문에서 1위로 올라섰다.
그중에서도 타격 부문은 압도적인 1위였다. 7월에만 0.441의 맹타를 휘두르면서 시즌 타율은 한때 0.369까지 찍었다.
최우수선수(MVP)까지 바라보던 안현민이었지만, 8월 들어 슬럼프가 찾아왔다. 상대 팀의 견제가 심해졌고, 풀타임 첫해를 뛰면서 체력적인 문제도 생겼다. 한두 경기 안 맞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모습도 보였다.
8월 한 달간 0.234로 저조했던 안현민의 시즌 타율은 3푼 이상 떨어졌다.
그래도 최근들어선 타격감을 서서히 되찾는 모습이다. 경쟁자들보다 타석수가 적어 타율 등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막바지 경쟁에선 유리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올 시즌 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안현민은 1993년 양준혁 이후 32년 만에 신인왕과 타격왕 동시 석권을 노린다.
굳건하던 선두의 하락세는 경쟁자에겐 좋은 기회다. 이 사이를 놓치지 않은 레이예스와 양의지가 타격 부문 선두권으로 올라섰다.
레이예스는 시즌 초반 가장 강력한 타격왕 후보였다. 3할 4푼대의 타율을 꾸준히 유지하며 안현민이 규정타석을 채우기 전까지 1위 자리를 고수했다.
안현민이 1위로 올라설 무렵 레이예스도 작은 하락세를 겪었고, 3할 2푼대로 타율이 떨어졌다.
그러다 최근 들어 다시 타격감이 살아났고, 특유의 '몰아치기'로 타율을 가파르게 끌어올렸다.
레이예스는 최근 10경기에서 0.450(40타수 18안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타격왕 선두로 올라섰다.
개인 타이틀도 중요하지만, 최근 롯데의 상황이 매우 급박하게 돌아가기에 레이예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레이예스가 높아진 집중력과 함께 좋은 모습을 이어간다면, 치열한 5강 싸움을 벌이는 롯데에도 큰 힘이 될 수 있다.
레이예스가 타격왕에 오를 경우 2000년 박종호 이후 25년 만에 역대 2번째 '스위치히터 '타격왕이 된다.
양의지는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후반기 두산의 매서운 상승세의 중심엔 베테랑 양의지가 있어 가능했다.
6월 슬럼프를 겪으며 2할대까지 떨어졌지만, 7월 타율 0.360, 8월 타율 0.407의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타율을 높였다. 만 38세의 노장이지만 무더위 체력적 부담까지 털어낸 모습이다.
두산은 7일 현재 리그 순위 9위에 머물러 있다. 선두권에서 멀어진 팀 사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타격왕 경쟁을 벌이는 양의지에게 유리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순위 다툼에 여유가 있는 만큼 개인기록에 좀 더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2013년 이병규(38세 11개월)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은 나이에 타격왕 석권을 노린다.
한편 역대 최저 타율 타격왕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 KBO리그 최저 타율 타격왕은 1989년 고원부(빙그레)의 0.327다.
올 시즌 현재 1위인 레이예스(0.335)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시즌 막판 흐름에 따라 최저 기록 경신 가능성이 있다.
코디 폰세(한화), 드류 앤더슨(SSG), 제임스 네일(KIA) 등 '특급 외인'의 득세로 '투고타저' 흐름이 만들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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