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비율이 53%를 차지하는 신영증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기대감에 상승세다. /사진=신영증권
자사주(자기자본취득주식)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 기대감에 신영증권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영권 리스크를 딛고 실제 소각을 이행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신영증권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패'로 활용해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기 때문.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신영증권은 전 거래일 대비 3300원(2.31%) 오른 14만6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신영증권은 최근 한 달 새 15.10%, 올해 들어 92.5% 상승했다. 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발행주식의 절반 이상이 자사주인 신영증권이 대표적인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된 결과다.


신영증권이 보유한 자사주는 발행주식 총수의 53.1%에 달한다. 현재 발행주식총수는 1644만주로 전량 소각할 경우 약 771만주 수준으로 줄어든다.

자사주 소각은 주당 가치 제고 효과가 뚜렷해 대표적인 주주환원책으로 꼽힌다.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서 주당순이익(EPS)과 주당순자산가치(BPS)가 상승해 주가 리레이팅 기대를 키울 수 있고 동일 배당 총액을 가정하면 주당 배당금 상향 여력도 생긴다.

지난 6월 말 분기 기준 신영증권의 EPS는 3476원, BPS는 11만5714원이다. 이익과 자본총계가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EPS와 BPS는 단순 계산으로 약 2.13배 상승한다. 이에 따라 EPS는 7412원, BPS는 24만6725원 수준으로 커진다.


신영증권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발의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했다. /사진=챗GPT 생성이미지
그동안 경영권 방패 논란이 나오던 자사주를 정리하면서 지배구조 투명성 개선 신호를 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현재 신영증권 오너일가의 직접 지분율은 약 21% 수준에 불과한데 경영권 위기 상황에서 우호 세력에 자사주를 넘겨 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신영증권의 자사주 보유가 주주환원 수단이라기보다 경영권 유지 장치였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신영증권은 지난 31년 동안 단 한 주의 자사주도 소각하지 않으며 "자사주를 꾸준히 쌓아 경영권 방패막이로 삼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만약 신영증권이 보유 자사주를 전량 소각할 경우 기존 21%에 불과했던 오너 일가 지분율은 표면상 44%로 높아진다. 하지만 나머지 56% 지분은 모두 일반 주주(기관·개인 투자자)에게 분산되기 때문에 의결권 구도는 '44 대 56'으로 형성된다.

오너 측 지분이 소수 주주 연합보다 줄어든 구조가 되는 것으로 외부 세력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적대적 주주 제안이 나올 경우 오너 일가가 방어할 수단이 약해져 경영권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상속세 부담까지 고려하면 오너 측 지분율은 더 낮아진다. 한국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을 상속할 때 최고 60%의 세율이 적용된다.

신영증권 오너 일가가 향후 지분을 상속받을 경우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납부하거나 지분 매각을 통해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오너 일가의 실질 보유 지분은 44%보다 더 줄어들게 되고 이는 경영권 불안정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자사주 '정정공시'한 신영증권, 실제 소각은 '글쎄'
사진은 지난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8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는 모습. /사진=뉴스1
자사주 관련 내용이 끊임없이 언급되자 신영증권은 금감원의 자기주식보고서 기재 강화 정책에 따른 조치로 지난 9월1일 사업보고서에서 자사주 관련 내용을 정정 공시했다. 자사주 보유 목적에 대한 기존 '주가 안정화·주주가치 제고' 수준의 모호한 표현을 '전략투자,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재원 확보, 임직원 보상'이라는 내용으로 강화했다.

더불어 자사주 보유 내역 역시 기존의 누계 방식에서 개별 취득 건별 표시로 바꾸고 처분 시 선입선출 방식을 적용했다. 자사주 보유내역을 누계(총량) 표시에서 개별 취득 건별로 바꾸면 세부 내역을 공개하게 되며 자사주 매입 시점과 가격, 수량 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자사주를 처분할 때 '선입선출' 방식을 적용하면 어떤 물량이 먼저 시장에 풀리는지 추적할 수 있게 된다. 투자자 입장에서 자사주 처분 시점과 가격 변동에 미치는 영향을 더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신영증권은 자사주 소각과 관련, 여전히 "검토 중" 입장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시장에서는 "실질적 소각 방안은 없이 형식적인 공시만 내놓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자사주 소각 불가피… 향후 대응이 관건
싲영증권이 주가 리레이팅을 위해서는 자사주 소각이 필수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사진=챗GPT 생성 이미지
다만 법안이 시행되면 자사주 소각은 불가피한 만큼 신영증권의 대응방식이 관건으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신영증권이 자사주 직접 소각 대신 임직원 보상, 교환사채(EB), 블록딜 등을 통한 우회적 감축 방안을 택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하지만 이는 법안 취지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자사주 소각을 미루거나 우회할 경우 경영권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아 시장의 할인 요인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신영증권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6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3.4% 늘었고, 영업이익도 757억원으로 26.6% 증가했다. IPO를 비롯한 투자은행(IB) 부문이 성장했고, 부동산·WM·신탁 부문 실적도 안정적이었다. 현재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 배당수익률은 3%대다.

앞으로 자사주 처리 방향에 따라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불확실성 해소 없이 추가 상승세가 제약될 수 있다는 우려다. 자사주 이슈가 경영권 불확실성을 키우는 만큼 주가 리레이팅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3차 상법개정안에는 자사주 의무 소각방안이 포함되고 대주주 양도세율 및 배당소득 분리 과세 등 증시 활성화에 필수적인 논의가 추가로 진행되고 있다"며 "향후 주가반등을 위해서는 정책 모멘텀 재개가 필수"라고 말했다.

자사주 소각 계획에 대해 신영증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계획을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결국 주주가치제고와 연결되는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 외에도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방법은 다양하고 신영증권은 그간 꾸준한 배당금 지급 등을 통해 주주환원을 실천해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