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이달 말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을 제치고 연간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할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해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의 모습. /사진=뉴스1
대형 건설업체들이 수익성이 보장되는 서울 핵심지 도시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이달 말 현대건설이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을 제치고 연간 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이번 주말 2개 사업장에서 수의계약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변수가 없으면 하루 만에 약 3조원의 수주고를 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27일 시공사 선정 총회가 예정된 서울 강남구 압구정아파트지구 특별계획2구역(압구정2구역)에서 현대건설의 수의계약 체결이 유력하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마감된 1·2차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은 경쟁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압구정2구역 조합은 두 번의 입찰이 유찰되자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현대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총회 당일 조합원 찬반 투표를 통해 선정 여부가 결정된다.

압구정2구역 재건축은 강남구 압구정동 434번지 일대 19만2910.46㎡에 지하 5층~최고 65층, 14개동, 2571가구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이다. 예상 공사비가 단일 구역 기준 최대 규모인 2조7489억원에 달해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당초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수주전이 예상됐지만 삼성물산이 입찰 조건 등을 이유로 불참을 선언해 현대건설의 최종 수주 가능성이 점쳐졌다.

현대건설은 같은 날 전북 전주시 전라중교일원구역 재개발사업 시공권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은 포스코이앤씨와 컨소시엄을 이뤄 해당 사업지에 단독 입찰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전환됐다. 전주 덕진동1가 1268-1번지 일대 12만2226㎡에 지하 2층~지상 17층 1937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예상 공사비는 약 7332억원이다. 현대건설분 계약금액은 4033억원(지분 55%)이다.
업계 최초 '10조 클럽' 도전… 삼성도 반격 준비
삼성물산도 올 들어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확대하고 있어 현대건설이 7년 연속 연간 실적 1위를 수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스카이전망대에서 본 잠실 아파트 단지와 재건축 아파트 현장. /사진=뉴시스
현대건설이 두 개 구역에서 약 3조1500억원의 추가 수주에 성공할 경우, 올해 도시정비사업 실적에서 처음으로 삼성물산을 추월할 전망이다. 해당 수주가 반영되면 현대건설의 누적 수주액은 8조6000억원을 넘어 업계 선두에 오르게 된다. 현재 연간 실적 1위는 7조828억원의 수주고를 기록한 삼성물산이다. 이어 현대건설(5조5357억원) 포스코이앤씨(5조302억원) 순이다.


현대건설은 다음달 27일 입찰 마감 예정인 1조4663억원 규모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사업 수주도 노리고 있다. 장위15구역 재개발은 장위동 233-42번지 일대 18만7669㎡에 지하 5층~지상 35층, 37개 동, 3317가구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이다. 1·2차 입찰에 현대건설이 유일하게 참여했고 3차 입찰에도 도전한다.

현대건설이 장위15구역 재개발도 확보하면 국내 건설업계 중 처음으로 도시정비사업 연간 누적 수주 10조원 기록을 세우게 된다. 업계 내 도시정비사업 연간 누적 수주액 최고 기록은 2022년 현대건설의 9조3395억원이었다.

현대건설이 지난해까지 6년 연속 도시정비 수주 1위를 지켜온 만큼 7년 연속 정상 자리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삼성물산 역시 올 들어 국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확대, '10조 클럽'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문래동4가 재개발(공사비 8470억원)과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7721억원), 성수전략정비2구역(1조7864억원) 수주를 준비하고 있다.

대형사 간 도시정비사업 수주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호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주택 고급화 수요가 확대돼 대형사 브랜드의 시장 우위가 강화되고 있다"며 "분양 물량 축소 시기에 사업성이 높은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업체의 수주 집중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