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상법 일부개정법률안(2차 상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가 금융당국 체계를 대수술하는 운명의 날이 밝았다. 금융당국의 내부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 국민의힘은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로 맞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를 열고 첫번째 안건으로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를 분리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한다.


이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 국회법 개정안, 국회상임위원회 위원 정수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본회의에 올린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에 나서면 오는 30일 국무회의 전까지 하루 1개씩, 총 4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정부조직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금융위는 2008년부터 17년간 유지한 간판을 내린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이원화 체제가 끝나고 내년 1월2일부터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집중한 금융감독위원회가 부활한다. 금감위가 금융위, 금감원을 대신해 금융감독과 소비자보호에 집중하는 일원화 체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경제부처 개편안 시행시기를 내년 1월 2일로 명시했다. 하지만 후속입법인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이 야권 반대로 최소 180일간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계류될 것으로 예상돼 법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국내 금융정책 기능은 재경부에 넘어가고 금융위는 금감위로 재편해야 하지만 금감위 설치법 개정이 늦어지며 금융위가 국내 금융정책을 시행하는 상황이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간에 시행되는 각종 정책의 법적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민주당은 금감위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처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은 최대 330일(상임위 180일·법사위 90일·본회의 부의 60일) 안에 표결에 부쳐야 한다. 여야 합의 처리보다 통상 6개월에서 최대 1년 가까이 늦어질 수 있다.
1급 간부 사표에 물갈이 인사 우려… 금융사 좌불안석
금융위와 금감원은 정쟁에 휘말리면서 내부 진통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1급 간부가 금감원은 부원장·부원장보 등 임원 전원이 최근 일괄 사표를 제출했고 허리급인 국장, 과장들도 물갈이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금융위 공무원들은 세종으로 거주지를 옮겨야 할 가능성이 있고 금감원 직원들은 조직 명칭이 금소원으로 바뀔 수 있어서다. 금소원 조직은 원장 1인과 부원장 1인 및 부원장보 3인 등의 임원을 두고 인원은 총 600~700명가량으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전 금융업권을 대상으로 효과적인 검사를 하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직원들은 여당과 정부의 금융감독원 조직개편안에 반발해 대규모 장외 시위에 나섰고 정부의 감독개편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해 국민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직 개편 이슈에 금융권도 좌불안석이다. 금소원이 신설될 경우 금융사가 부담하는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분담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경부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금융회사의 '시어머니' 감독기구가 4개로 늘어나는 부담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따라 조직 개편 방향과 인사 기준을 빨리 확정해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장기화될 수록 당국과 금융회사의 내부 불안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