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4개월여만에 1410원대를 돌파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10원선을 돌파하면서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미국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면서 미국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약화한 영향이다. 한미 통상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달러 강세에 부채질하고 있다.


26일 오전 10시21분 기준으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0.09% 오른 1410.20원에 거래됐다. 장중 1410원대를 돌파한 것은 올해 5월15일 1412.1원을 기록한 것인 4개월여만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25일) 야간 거래 중에도 1411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데에는 달러 강세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DXY)는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전날 97선 후반대에서 이날 98선 중반대로 올라섰다. 여기에 9월 FOMC 회의 이후 파월 의장의 신중론과 미국의 경기 호조세까지 더해진 것도 금리 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낮췄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하루 만에 91%에서 85%대로 낮춰 잡았다. 12월 추가 25bp 인하가능성도 61%대로 떨어졌다.

아울러 연준 인사들의 금리 인하 신중론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티브 마이런 이사가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가운데 오스턴 굴즈비 시카고연방준비은행 총재와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은 총재 등은 공격적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미 통상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고조되며 외환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무역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할 금액이 3500억달러(약 490조원)라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그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미국의 압박에 따라 3500억달러 이상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해야할 경우 외환시장은 큰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원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4162억달러 수준의 외환보유액으로는 이 금액을 조달하기조차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달러화는 미국 2분기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주간 고용 개선 등 경제지표가 양호하게 발표된 점이 금리 인하 기대를 약화시키며 상승했다"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 상승을 고려할 때 추가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