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금융협회 /사진=류승희 기자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의 공식 임기가 만료됐지만 차기 회장 인선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현 회장이 직무대행 형태로 자리를 이어가고 있으나, 새 리더십이 들어서더라도 내년도 사업계획을 주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5일 3년 임기를 모두 마쳤다. 2022년 10월 취임한 그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협회를 이끄는 직무대행 체제에 돌입했다. 그러나 협회는 여전히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을 위한 이사회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회추위 구성부터 후보 접수, 면접, 총회 투표까지 통상 두 달가량이 걸리는 만큼, 연내 인선이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문제는 인선 지연이 단순한 일정 문제가 아니라 내년 협회 운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정부 기관이나 협회는 통상 9~10월부터 다음 해 예산과 사업계획을 짜기 시작하는데 회장 인선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새 회장은 이미 짜인 계획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회장이 세운 예산 틀 안에서만 사업을 집행하게 되면 신임 회장은 자신의 정책 방향을 반영하기 어렵고 신규 사업도 추진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여신협회는 현재 회원사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2026년도 사업계획 초안을 마련 중이며, 12월 중순 이사회에서 최종안을 확정한 뒤 12월 말 총회에서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 이 일정상 새 협회장이 총회 이전에 선출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결국 내년도 사업계획에는 새 리더십의 정책 방향이나 신규 사업 구상이 반영되기 힘든 구조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새 회장이 취임하더라도 이미 확정된 틀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책 연속성은 유지되겠지만 방향 전환이나 혁신적 의제 설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신협회는 카드사·캐피털사·신기술금융사 등 회원사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금융당국과 업계 간 가교 역할을 맡는 핵심 단체다. 스테이블코인 규제, 디지털 보안 강화, 카드수수료 체계 개편 등 주요 현안이 쌓여 있는 만큼 업계는 조속한 회장 인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공식 임기 종료 후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지면 신규 현안 대응이 늦어질 수 있다"며 "특히 내년도 예산이 확정되면 새 회장이 들어와도 현실적으로 손댈 여지가 적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차기 협회장 후보군으로는 김근익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서태종 전 한국금융연수원장 등 관료 출신과 함께 이동철 전 KB금융지주 부회장, 김상봉 한성대 교수 등이 거론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카드수수료 개편, 정보보안 강화 등 현안이 산적한 만큼 금융당국과의 조율 능력을 갖춘 관료 출신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