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품질 브랜드 쌀이 등장하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외식업계에서 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한국은 '쌀이 남아도는 나라'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5.8kg으로 30년 전의 절반 수준까지 줄었고 매년 20만톤가량의 초과 생산이 반복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및 간편식 선호 추세, 대체 음식 증가 등의 사회적 변화에 따른 결과로 쌀 생산 및 유통 시장도 변화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보다 고급화되고 세밀화돼 특정 품종 쌀, 지역 브랜드 쌀 등 고급 품종의 비중이 늘어나고 다양해졌다. '적게' 먹지만 '맛있게' 먹고자 하는 것이다.
고품질 브랜드 쌀 시대가 열리고 소비자들의 입맛이 더욱 까다로워진 만큼 외식업계에서도 밥은 경쟁력 있는 차별화 전략이 됐다. 밥맛의 질감과 온도, 쌀 품종의 특성, 도정일과 수분 함량에 집중할 뿐 아니라 품종명까지 메뉴판에 표기하며 식사의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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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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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육관에서는 매일 아침 갓도정한 쌀로 지은 밥과 돼지갈비를 즐길 수 있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강남역 인근에 자리한 '도정육관'은 '도정'과 '육(肉)'의 조합을 통해 음식의 본질에 집중한다. 도정실에서 매일 아침 갓 도정한 쌀로 밥을 지어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한 가마솥 스테이션에서 피어오르는 밥 향기가 식욕을 자극한다.
여주 여리향 품종을 갓 도정한 쌀, 충주 방앗간에서 짠 기름, 양평 양조장에서 발효한 막걸리 등 농가에서 직접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엄선한 재료를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대표메뉴인 '돼지갈비'는 192시간 웻&드라이에이징한 생돼지갈비와 48시간 특제 양념으로 숙성했다. 마늘 소스와 말돈 소금, 김장아찌, 와사비 꽃대와 궁채, 토하젓과 고추장아찌 등 함께 제공되는 곁들이도 다채롭다. 식사의 화룡점정은 '도정 솥밥'이다. 뚝배기에 열무김치와 고기를 듬뿍 넣어 자작하게 졸여낸 '열무지지미' 함께 주문하면 완벽한 식사의 마무리가 된다. 3대째 내려오는 가양주 양조장에서 발효한 담백하고 산뜻한 풍미의 도정육관 막걸리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점심 메뉴도 알차다. 모든 밥 메뉴는 갓 도정한 쌀로 지어 제공되며 국물 요리와 즐기면 맛이 한층 배가된다. 시그니처 메뉴인 '한우 누룽지 곰탕'은 깊고 진하게 끓여낸 한우 곰탕에 누룽지를 토렴해 낸다. 고추와 한우를 듬뿍 넣어 끓여낸 도정육관만의 특선 육개장 '고추육개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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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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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식당은 수향미로 지은 솥밥과 제철 식자료로 밥상을 차린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송파구 삼전역 인근 한식 가정식 식당으로 제철 식재료로 편안한 밥상을 차린다. 한식 밥상의 기본이 되는 '밥'에 집중한다. 모든 정식 메뉴는 구수한 향이 일품인 수향미(경기 화성)로 솥밥을 지어 제공한다. 누룽지가 생기지 않고 고르게 부드럽고 쫀득한 질감이 살아있도록 밥을 짓는다. 장조림, 젓갈, 나물 등 반찬과 함께 제공되는 '안재한상'을 비롯해 메인 언양식 한우 숯불구이 또는 상주식 돼지고추장 숯불구이를 추가한 메뉴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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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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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카츠는 제주도 흑돼지로 숙성한 돈카츠와 솥밥을 제공한다. /사진=다이어리알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돈카츠 전문점이다. '가마솥(釜)'과 '카츠(カツ)'를 결합한 이름처럼 제주도 흑돼지를 숙성해 깊은 육향을 내는 돈카츠와 함께 솥밥을 제공한다. 모든 메뉴는 정식으로 제공되며 로스, 히레, 특로스, 모둠 중 선택해 트러플 오일, 소금, 계란장 등 다양한 곁들이와 함께 즐기면 된다. 솥밥이 제공되면 먼저 밥을 덜고, 바닥에 남은 누룽지에 함께 나온 돈지루를 부어 뚜껑을 덮어 놓으면 식사를 마무리할 때쯤 맛있는 죽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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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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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인마켓은 매장에서 당일 도정한 쌀로 지은 무쇠솥밥을 중심으로 정갈한 한 끼를 제공한다. /사진=다이어리알
경기 남양주시 별내동의 쌀 편집숍 겸 한식당으로 밥을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소개한다. 각지에서 생산하는 쌀을 엄선하고 매장에서 직접 현미부터 7분도 백미에 이르는 도정 단계를 구사해 신선하고 맛있는 밥맛을 전달한다. 매장에서 당일 도정한 쌀로 무쇠솥에 개별로 지은 밥과 최소한의 조리로 계절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 낸 생선구이, 강경식 젓갈 한상차림 등 정갈한 한 끼를 제공한다. 다양한 쌀과 식재료를 구매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