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17일 오후 워싱턴DC 상무부 청사를 찾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2시간가량 협상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현지시각 기준 오후 6시40분께 청사에 들어가 오후 9시30분께 나왔으며 구체적인 협상 진전 내용이나 추가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앞서 김 장관 등은 지난 16일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양국이 가장 진지하고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협상하고 있는 시기"라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상이 잘 마무리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입국 후 첫 일정으로 백악관 업무 시설인 아이젠하워 행정동에서 러셀 보트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과 50여분 동안 면담하고 양국의 조선업 협력 방안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관련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날 미국에 도착해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 만나는 등 측면에서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이날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전액을 선불 형태로 제공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지속해서 설득하고 있으며, 미국이 우리나라 외환시장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언급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30일 무역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이 예고한 상호관세 25%를 15%로 낮추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제공하는 등의 원칙에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문서화를 위한 후속 협상에서는 구체적인 대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2개월 넘게 교착 상태가 지속됐다.
가장 큰 쟁점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이다. 한국은 미국의 3500억 달러 직접 투자 요구에 '통화스와프 체결'을 필요조건으로 내걸었으며 통화스와프 없이는 직접 투자 규모는 5% 정도가 최대치이고 나머지는 대출이나 보증 등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양국은 한국의 외환시장 안정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투자를 원화로 조달하는 방안이나 투자 시기를 최대 10년으로 분할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국의 대규모 달러 유출 부담을 줄이는 대안으로 평가되지만 여전히 현금 투자 비중을 최소화하려는 한국 정부의 목표와는 간극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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