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동아일보에 따르면 국내 포털사이트에 검색하면 나오는 단역 배우 겸 모델인 30대 여성 김민하씨(가명)는 지난해 4월 '현지에서 일본어 통역을 구한다'는 제안에 캄보디아로 떠났다. 김씨는 프놈펜 인근 공항에 마중 나온 교민을 만났고 "쉬운 일"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악몽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차로 4시간 걸려 도착한 곳은 시아누크빌 바닷가 인근 아파트였다.
김씨가 가족들에게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내자마자 남성 3명이 방에 들이닥쳤고 이들은 김씨 팔을 꺾고 휴대전화와 여권을 뺏었다. 알고 보니 김씨를 데려온 교민이 범죄 조직으로부터 500만원을 받고 그를 팔아넘긴 것이었다.
김씨는 성인방송을 강요받았다. 카메라 앞에 앉은 그는 옷을 벗고 시청자에게 후원금을 구걸했다. 다음날엔 실적표가 벽에 붙어있었고 목표액에 못 미치면 욕설과 폭행이 돌아왔다. 옆방에서는 드문드문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새어 나왔다.
한 달 뒤 김씨는 극적으로 구조됐다. 가족들이 김씨에게 받은 '도착 인증샷' 한 장을 단서 삼아 그를 찾아 나섰고 현지에서 20년째 거주 중인 교민이 사진 속 바다와 섬 위치를 추적해 시아누크빌 일대를 한 달간 수색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낸 현지 경찰과 함께 건물을 급습해 김씨를 구조했다.
캄보디아 현지 범죄에 연루된 한국 청년 대다수는 남성이지만 여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캄보디아 '로맨스스캠'(연애 빙자 사기) 조직에 납치됐다 극적으로 탈출한 30대 남성 정모씨는 "조직원 150여명 중 납치된 5명 정도가 여성이었다. (남성 조직원이) 대본을 써주면 통화는 여성이 했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시아누크빌 교민들은 "중국은 수년 전부터 캄보디아 경찰과 공조해 자국민 대상 범죄 조직을 직접 단속해 왔지만 한국 정부는 여전히 느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중국은 2019년부터 캄보디아 정부와 협력해 현지 피의자를 송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캄보디아 경찰과 함께 시아누크빌 한 리조트를 급습해 약 700명을 붙잡았고 4월에는 130명을 송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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