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개인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는 코스닥 시장을 '만년 2부리그'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은 1996년 '한국의 나스닥'을 목표로 출범했다. 하지만 미국 나스닥과 달리 기술주 중심의 성장보다는 중소기업, 벤처기업 중심의 시장이라는 특징이 있다. 코스닥은 나스닥처럼 기업 성장 잠재력에 투자하는 시장을 지향했지만, 현재는 코스피에 비해 규모가 작고 코스피 '2부 리그'로 여겨진다.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격차는 확연하다. 코스피는 올해 초부터 지난 28일 종가 기준 약 67% 올랐으나 코스닥은 31% 상승해 상승률이 절반 수준이다. 시가 총액 격차도 뚜렷하다. 코스피는 올해 3000조원을 넘어 5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00조원이 늘었지만 코스닥은 여전히 400조원대 중반으로 5년 전과 큰 차이가 없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이 더딘 탓으로 본다. 코스닥 거래의 80% 이상이 개인 중심으로 외국인과 기관 자금은 코스피 시장과 비교조차 어렵다는 것. 상장 기업 신뢰 문제도 코스닥 시장의 발목을 잡는다. 올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코스닥 기업은 80곳으로 코스피 19곳의 4배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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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기업 퇴출 '강화'… 줄어든 불성실 공시 ━
투자자 보호 및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해 금융당국은 올해 초부터 부실기업을 신속히 퇴출하는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 발표한 상장 적격성 심사 제도 개편안은 시가총액, 매출액 등 기업의 상장 유지 기준을 강화하고 상장폐지 절차는 간소화하는 것이 골자다. 상장폐지 결정 기업 수를 보면 2023년 8곳, 지난해 20곳이었던 것에서 지난달 기준 32곳으로 늘어나 코스닥 시장이 질적 성장을 위한 변화를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는 투자자 보호와 국내 증시 신뢰 회복을 위해 상장 유지 조건을 강화해 좀비기업 퇴출에 힘쓰고 있다. 코스닥본부 관계자는 "올해 부실기업 퇴출이 많이 되고 있다"며 "올해 초 상장 폐지 기준이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좀비 기업이 퇴출하고 신뢰성이 높아지면 기관이나 외국인의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코스닥 상장사 불성실 공시도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지난달 30일 기준) 불성실 공시는 67건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115건에 비해 확연히 줄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2건에 비해 15건이나 줄어든 것. 거래소는 올해 초 코스닥시장 상장기업의 불성실 공시를 예방하고 공시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공시체계 구축 컨설팅'을 추진한 바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에 대해 단순한 외형적 성장보다 혁신 기술기업의 상장 확대와 부실기업의 과감한 퇴출이 핵심"이라며 "이를 통해 코스닥의 기업 경쟁력과 시장 신뢰도를 높이고 기관 및 외국인 투자자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러한 질적 성장을 위해 상장 심사 기준 강화, 정보공시 투명화, 기술특례 확대와 같은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코스닥이 국내 모험자본 시장으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이러한 질적 개선과 투자 생태계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도 "코스닥 시장이 성장하려면 좋은 기업들이 많이 상장해야 한다"며 "좋은 기업을 잘 골라내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하는 시장 구조가 강화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코스닥 기업에 상장하려는 기업에 대한 투자 자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좋은 기업을 선별하고 투자하는 금융적 바탕이 취약한 상황"이라며 "기업 자체의 투명성을 높여 명확한 공시 시스템이 필요하고 잘못된 공시라면 강력하게 처벌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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