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실적 하락을 겪어왔던 건설업계가 연말 인사 시즌에 돌입한다. 실적 방어를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등 방식으로 조직 재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2022년부터 실적 하락과 정체를 겪고 있는 건설업계가 연말 인사에서 쇄신의 칼을 들지, 안정에 무게를 둘지 주목된다. 주요 기업들은 실적 방어를 위해 재무 전문가를 전진 배치하거나,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업계 전반에 감원 기조가 지속되고 일부는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이달부터 대형 건설업체들이 CEO와 임원 인사를 단행할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와 한화 건설부문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인사를 진행, CEO 교체라는 인사 변화를 꾀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달 30일 신임 사장에 김영식 SK하이닉스 양산총괄(CPO)을 내정했다. 2021년 SK건설에서 사명을 변경한 SK에코플랜트는 주택·건축부문 매출을 축소하고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며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왔지만, 같은 해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경기 침체에 직면해 상장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096억4466만원으로 전년 동기(1263억5752만원) 대비 65.9%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33.0%에서 243.0%로 10%포인트(p) 상승했다.

한화 건설부문도 재무 건전성 확보에 비중을 둔 인사를 단행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공사비 상승 등으로 실적 하락에 직면한 가운데, 지난달 28일 그룹 내 재무 라인을 거친 김우석 신임 대표를 내정했다. 한화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건설부문의 2024년 매출은 4조1392억8200만원으로 전년(5조3266억1900만원) 대비 22.3% 감소했다.
삼성물산·롯데건설, 지난해 CEO 임기 연장
롯데건설은 이달 말 그룹 인사가 전망된 가운데 주요 계열사들의 CEO 교체 가능성이 대두된다. 2022년 선임된 박현철 롯데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은 유동성 관리와 재무 안정의 성과를 거둬 지난해 12월 재선임됐지만, 롯데그룹이 성과주의를 강조하며 일부 계열사의 수장 교체를 암시한 만큼 불안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롯데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모두 하락했다. 롯데건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3조7485억1238만3978원으로 전년 동기(4조8억6118만5661원) 대비 6.3%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12억1072만3259원에서 408억6717만4669원으로 63.3% 감소했다.

오세철 삼성물산 대표이사 사장도 2021년부터 건설부문을 이끌면서 업계 최장기 CEO로 남아있다. 지난해 연임을 확정해 2027년 3월까지 임기를 연장한 만큼 교체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올해 해외 신재생 에너지 사업부문에서 카타르 태양광 프로젝트(1조4600억원)와 LNG(액화천연가스) 액화플랜트 프로젝트(1조9100억원)를 연이어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연이은 카타르 수주 성공으로 올해 인사에 대해 내부에선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며 "실적 하락의 경우 예측했던 부분이어서 큰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물산 인사는 이달 중순 이후로 전망된다.

다만 매출 감소와 현장 중대재해는 리스크로 지목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3분기 매출은 3조90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4820억원) 대비 3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360억원에서 1110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판교와 평택 현장에서 2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2년간 이어온 무재해 기록이 깨졌다.
빠른 교체 인사, 총수 경영 등 '안정'에 중점
포스코이앤씨는 지난 8월 정희민 전 사장이 사임하며, 포스코홀딩스 그룹안전특별진단TF를 맡았던 송치영 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다. 안전보건 분야 전문가인 송 사장은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중심으로 회사의 체질 개선과 경영 안정 기반을 확보하는 데 나설 방침이다.

현대건설과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CEO 인사가 비교적 최근에 단행돼 교체 가능성이 낮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말 주택사업본부장을 역임한 이한우 대표이사 부사장을 선임했고, 현대엔지니어링도 같은 시기 기아 재경본부장 출신의 주우정 대표이사 부사장을 발탁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12월에 인사가 단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말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정경구 대표이사를 선임,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남아있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은 올 3분기 연결기준 경영실적(잠정)에서 전년 동기 대비 53.8% 증가한 73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정기 인사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12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DL이앤씨도 지난해 8월 박상신 대표이사를 선임해 2027년 8월까지 임기가 남아 있다. 다만 DL이앤씨의 경우 정기 인사가 아닌 수시 인사 체제로 바뀌면서 연말 인사 시즌과는 무관하다. DL이앤씨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반기 매출은 3조9607억5892만5453원에서 3조7996억1118만8266원으로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121.7%(934억6149만7487원→2071억7679만5573원) 증가했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총수 일가 경영으로 CEO 교체의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임원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선임된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2005년 입사 후 GS건설 플랜트 부서를 거쳐 신사업 부문에서 역량을 보였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보현 대우건설 대표는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다.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은 바 있다.
감원 기조·실적 부진, 임원단 인사 불안
주요 건설업체들은 수년째 실적 하락 등의 영향으로 감원을 실시했다. 각 사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올해 직원 수 변동은 ▲삼성물산(6004명→5751명) ▲현대건설(7231명→7088명) ▲대우건설(5286명→5130명) ▲HDC현대산업개발(1911명→1771명) ▲GS건설(5818명→5299명) ▲SK에코플랜트(3479명→3398명) ▲DL이앤씨(5772명→5161명) ▲포스코이앤씨(6283명→5753명) ▲한화 건설부문(2159명→1972명) 등으로 일제히 감소했다.

지속되는 감원 기조와 실적 부진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일부 회사들은 임원 감축이나 교체 등을 우려해 내부 분위기가 무겁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사 시점이 예년보다 빨라진 추세지만 12월 중순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인사 내용은 고위 임원들도 알기가 어려운 만큼 긴장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