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의 수요가 얼마나 늘고 있는지 통계로 명확히 보기 어렵지만 하나 확실한 건 투자 규모가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지금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오픈AI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약 700조원 규모, 메타의 AI 인프라 투자만 해도 800조원에 달한다"며 "이들뿐 아니라 신규 진입 기업들의 AI 설비투자(Capex)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했다.
최근 5년 동안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액은 연평균 24%씩 성장해 올해 약 800조원에 이르렀다. 오픈AI·메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밝힌 신규 투자 규모는 이보다 더 크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의 공급 병목 현상에 대해서는 우려했다. 최 회장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비롯한 AI 칩의 성능은 매년 향상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메모리반도체 공급 속도는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공급이 병목이 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기업들로부터 메모리반도체 공급 요청을 받고 있어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이 깊다"고 밝혔다.
이어 "공급을 당장 늘릴 방법은 없다"면서 "메모리 공급을 확대하는 데는 항상 레그 타임(lag time·시간 지연)이 따른다"고 했다. "수요가 공급 속도를 추월한 것에 대해 메모리 업계는 '슈퍼사이클'이라고 부르지만 반대쪽(반도체 수요자)은 어려운 국면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은 과거 에너지나 석유 산업처럼 안정적인 수요 예측 모델이 아직 존재하지 않아 AI 수요가 앞으로 어느 정도까지 확대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추론(inference) 시대의 본격화 ▲기업(B2B) 부문의 AI 도입 확산 ▲AI 에이전트 등장 ▲국가 주도의 AI 투자 경쟁 등 네가지 요인을 제시했다.
그는 "이제는 학습(트레이닝)보다 추론(인퍼런싱)의 수요가 커졌다"며 "기계가 스스로 생각하고 검증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연산(컴퓨팅) 파워에 대한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B2B AI 시장이 본격 개화했다"며 "2025년 글로벌 기업들의 AI 도입 규모는 700억달러에서 3년 만에 2000억달러로 세배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비즈니스 경쟁을 위해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고 부연했다.
'AI 에이전트' 시대 개막이 임박했다는 것도 알렸다. 그는 "에이전트가 활성화되면 24시간 작동하는 수많은 인공지능이 물리적 공간과 연결돼 서로 끊임없이 소통할 것"이라며 "이는 컴퓨팅 수요를 지금보다 훨씬 가속화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는 국가가 AI 시장의 새로운 플레이어가 됐다"며 "미국과 중국은 물론, 각국 정부가 '소버린 AI'(Sovereign AI) 구축 경쟁에 뛰어들고 있어 국가 단위의 투자 확산은 새로운 수요층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는 "(AI 산업이) 압축으로 지금 성장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다 보니 지금 이런 수요가 폭발을 하는 쇼크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고 했다. "AI가 처음에 등장한 걸 예측한 사람이 없어서 (슈퍼 사이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예측하는 사람도 거의 의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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