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HS효성 부회장(오른쪽 네번째)과 바트 삽 유미코아 최고경영자(왼쪽 세번째)가 지난 31일 벨기에 유미코아 본사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HS효성은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통해 차세대 배터리 핵심소재 개발에 나선다. /사진=HS효성
HS효성첨단소재가 타이어코드 사업을 접고 배터리 소재 분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와의 특허 분쟁이 지난 6월 종결된 이후 '탈(脫)타이어코드' 전략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효성의 전통 캐시카우였던 스틸코드 부문을 정리하고 실리콘 음극재라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면서 포트폴리오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HS효성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HTC) 특허를 두고 3년간 소송을 이어왔으나 2심에서 특허법원이 효성의 손을 들어주며 분쟁이 일단락됐다. 효성이 타이어코드 생산라인을 매각하고 음극재 등 신사업으로 이동하면서 양사 간 직접 경쟁 구도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틸코드는 얇은 강선을 꼬아 만든 타이어 보강재로 충격 흡수와 내구성을 높이는 핵심 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스틸코드 외에도 나일론·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등 3대 보강재를 모두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으로 글로벌 타이어코드 시장 점유율 약 48%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15%)와 비교하면 3배 수준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 6월 베인캐피탈 컨소시엄과 약 1조원 규모의 스틸코드 부문 매각 협상을 마무리했다. 스틸코드 사업은 지난해 기준 매출 약 9000억원을 거둔 핵심 사업이다.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했던 사업을 정리하며 확보한 현금이 신사업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 투자 재원으로 투입될 전망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지난해 7월 효성그룹 계열분리로 출범한 HS효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그룹을 이끄는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스틸코드 사업을 글로벌 1위로 성장시킨 인물로 이번 매각 또한 조 부회장의 선택과 집중 차원의 결정으로 평가된다.

HS효성은 지난 3일 벨기에 유미코아(Umicore) 자회사 '엑스트라 마일 머티리얼즈'(EMM) 지분 80%를 인수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1월 448억원 투자에 이어진 이번 투자금액은 1억2000만유로(약 2000억원)이며 앞으로 5년간 1조5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가 예정돼 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대비 에너지밀도가 약 10배 높아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 속도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4년 5억 달러에서 2031년 47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AI 서버용 고용량 배터리 수요 확대로 실리콘 음극재 수요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HS효성첨단소재의 올해 3분기 잠정실적은 8010억원, 영업이익은 1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 감소했다. 타이어코드·아라미드 등 주력 섬유소재 부문 수익성이 약화된 영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