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2025년 9월 국제수지'에 따르면, 경상수지는 134억 7000만 달러 흑자로 잠정 집계됐다. 월별 경상수지로는 역대 2위, 9월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자동차 등 비(非)IT 분야의 수출까지 늘면서 흑자폭이 확대됐다./사진=뉴스1
최근 원/달러 환율이 7개월 만에 1470원을 돌파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앞으로도 이 같은 고환율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환차익이 큰 수출기업과 원자재 수입 의존이 큰 내수기업 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환율 최대 수혜 업종으로는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방산 업종이 꼽힌다. 이들 업종은 외화로 받은 수출 대금을 원화로 환전할 때 환차익이 발생해 원화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의 경우 전체 매출의 80~90%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달러 강세로 환율 효과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업종 역시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 상승 수혜가 클 것으로 보인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간 평균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5000억원 내외 증가한다"며 "다만 환율 상승이 국내 경기 부진을 동반한다면 국내 수익성에는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 기아, 현대글로비스 등이 주요 수혜 종목으로 거론된다.

조선 업종도 선박 건조 대금을 주로 달러로 받기 때문에 고환율 시 환차익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방산 업종도 최근 해외 방산 수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K-콘텐츠 열풍 화장품업계도 글로벌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 북미와 유럽에서 콘서트 투어 비중이 확대 중인 하이브와 같은 국내 엔터주도 고환율로 인한 큰 차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해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5년 3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4분기 전망' 보고서를 보면 올해 4분기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유사한 175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의 경우 D램과 낸드플래시에 대한 초과 수요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지속되면서 역대 수출액을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도 한미 관세협상이 지속되면서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선박 역시 고부가가치 선박들이 본격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수출 증가폭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반면 원자재나 부품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들은 최근의 고환율 기조로 인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강 업종의 경우 원자재나 부품을 달러로 수입해야 하므로 수입 단가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항공 업계 역시 고환율 기조의 주요 타격 업종으로 꼽히며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항공사의 매출은 대부분 원화로 발생하는 반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유 구매를 비롯한 각종 비용은 달러 노출도가 50% 이상으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전력 및 가스를 공급하는 에너지 공기업들도 외화 부채 비중이 높은 구조적 특성상 고환율로 인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여행, 유통 등 내수 중심 업종 또한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이 국내 전반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면서 궁극적으로 수요 감소라는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정유화학 업종의 경 단기적으로는 환율상승으로 재고 평가 이익이 커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 원가 부담 가중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이번 환율 변동이 우리 기업의 구조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환율의 영향은 기업마다 다를 수 있지만 구조적 고환율 인식으로 발생하는 높은 변동성과 수급 쏠림이 기업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부정적 요인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이 국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조사에 응한 기업들은 현재 경영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원화환율 불안정성'(44.4%)을 꼽으며 환율 관련 위험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