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마스가(MASGA)'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5일 정기선 HD현대 회장과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 등 관계자들이 '다산정약용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HD현대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양국의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미 해군참모총장의 방한과 함께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이 향후 5년간 총 26조원의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미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시작으로 함정 건조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14일 관세 협상과 안보 협의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팩트시트에는 양국이 조선산업 협의체를 통해 정비·훈련·조선소 현대화·공급망 복원을 추진하고, 미국은 한국 내 미군 및 상선 건조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에 대한 문구도 삽입됐다.

마스가 주축인 HD현대그룹과 한화그룹은 본격적인 투자 확대에 나섰다. HD현대는 미국계 사모펀드 서버러스캐피털, 산업은행과 함께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투자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약 15조원의 국내 투자도 진행할 방침이다. 한화는 거제 옥포조선소와 미국 필리조선소 확장 등을 포함해 향후 5년간 조선·방위산업 분야에 1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미국도 마스가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릴 커들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팩트시트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5일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와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했다. 커들 총장은 양 사의 함정 건조·MRO 역량을 긍정적으로 평가, 현장에서 한미 조선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릴 커들 미 해군참모총장과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왼쪽 세번째)가 한화오션이 MRO 중인 미국 해군 보급함 찰스 드류함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마스가의 출발점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MRO 사업이 될 전망이다. 실제 한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4일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을 통해 "미 전투함정이 한국에서 최초로 MRO를 받게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르면 내년부터 미 해군 전투함 MRO가 국내에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은 군수지원함 등 미국의 비전투함에 한해 MRO를 수행하고 있는데 향후 전투함 MRO와 군함 건조까지 순차적으로 사업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MRO 사업은 수주가 불규칙한 데다 일본·싱가포르 등과의 경쟁이 예상돼 지속적인 물량 확보가 관건이다.

최기일 상지대 군사학과 교수는 "마스가의 협력 범위는 MRO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은 조선업 경쟁력이 약해졌고, 싱가포르는 규모 면에서 MRO 역량이 제한적이어서 미국 입장에서는 사실상 한국밖에 선택지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존스법 등 미 현지법 개정도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 미국의 '반스-톨레프슨 법'에 따라 미 해군 함정의 외국 건조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미 해경 쇄빙선 4척의 핀란드 건조를 승인하면서 존스법의 예외 적용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마스가에도 유사한 방식이 적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 16일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핀란드 사례와 같은) 예외적인 조치는 문서 지시나 행정명령으로도 가능하다"며 "기업 차원에서 미국 정부 및 유관기관에 지속적인 설명과 협의를 드리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팩트시트의 핵심으로 여겨지던 한국형 핵잠수함 건조는 연료 확보를 둘러싼 추가 협상이 불가피하다. 기존 한미 원자력협정이 평화적 목적에 한정돼 있어, 핵잠에 필요한 원료를 확보하려면 양국이 별도의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국내 건조가 구체화할 경우에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미 해군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는 물론 '한∙미동맹 강화의 아이콘'으로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한∙미 조선업 협력 기조에 맞춰 마스가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이행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 준비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