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실거주 의무가 없고, 갭투자가 가능한 경매시장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17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법정동 101호 앞에서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사진=최성원 기자
"10·15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는 입찰자가 더 늘었습니다. 지난주에 경매 법정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다니까요."-경매업자 A씨
17일 오전 서울동부지방법원 법정동 101호. 기재대로 가기 전 입찰 가격을 상의하는 30대 신혼부부부터, 벽에 붙은 매각기일부를 여러 번 넘겨보는 70대까지, 법정 앞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장에서 대출 광고문과 명함을 나눠주던 A씨는 "정부가 대출과 갭투자(전세권을 포함한 매수계약)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경매 경쟁률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매에서 가장 주목받은 물건은 역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다. 서울 송파구 거여동 'e편한세상 송파 파크센트럴'(1199가구·2021년 입주) 전용면적 59.96㎡의 경매에 가장 많은 1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해당 물건의 사건 번호가 불리자 현장은 숙연해졌다.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듯한 사람도 보였다. 낙찰가가 공개되며 분위기가 술렁였다. 최저 매각가격(11억4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높은 14억2101만원에 낙찰됐기 때문이다. 감정가 13억8000만원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이 이뤄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03.0%를 기록했다.

낙찰자는 30대 부부로 공동입찰을 해 성공했다. 낙찰자 B씨는 "너무 기쁘다"고 소감을 말한 뒤 대출 권유 영업을 뿌리치며 뛰어나갔다. 다른 응찰자 C씨(50대)는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낙찰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대출 규제로 매매가 어려워져 경매 경쟁률이 더 높아진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 동일 면적의 가장 최근 거래는 지난달 20일 15억8000만원(22층)이다. 네이버페이부동산 기준 동일 면적 최고 호가는 18억원이다. 최근 실거래가보다 1억6000만원가량 낮은 가격으로 경매가 이뤄진 셈이다.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 낙찰가율 '103.0%'… 경매 투자 관심 지속될 전망
최저 매각가격보다 3억원 이상 높은 가격에 경매가 이뤄진 e편한세상송파파크센트럴의 낙찰가율은 103.0%다. 사진은 기일 입찰표 작성 방법을 보고 있는 한 시민. /사진=최성원 기자
정부는 지난달 10·15 부동산대책을 발표해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서울 아파트를 매수할 경우 2년 이상 실거주 의무가 부여돼 갭투자는 금지된다. 경매는 실거주 의무가 없어 경락잔금대출을 받지 않는다면 갭투자가 가능해 현금 부자들이 몰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의 '2025년 10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전월(99.5%) 대비 2.8%포인트(p) 오른 102.3%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이 100%를 돌파한 것은 2022년 6월(110%)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특히 '한강벨트'의 낙찰가율은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광진구는 27.9%포인트(107.5%→135.4%)로 같은 기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고 이어 성동구(122.1%) 용산구(117.6%) 송파구(114.3%) 강남구(110.7%) 서초구(107.1%) 등도 일제히 상승했다.
정부의 규제 영향으로 경매시장 관심도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시에 서울 내 양극화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입찰표를 들고 대기하는 사람들. /사진=최성원 기자
앞으로도 경매 투자에 대한 관심은 계속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서울 외곽이 아닌 강남3구와 한강벨트 중심으로 관심이 집중돼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서울 전역이 대출 규제로 묶이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외곽 지역은 수요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상은 일부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매시장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울 주요 지역의 경매 물건에 입찰자가 몰리면서 일부 지역의 낙찰가율만 상승하는 추세"라며 "경매시장에 대한 관심과 양극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낙찰률은 39.6%로 전월(50.7%) 대비 11.1%포인트 하락했다. 평균 응찰자 수도 7.6명으로 전월(7.9명)보다 감소했다. 지지옥션은 노원·금천·중랑구 등 외곽 지역에서 유찰 물건이 늘어 전체 낙찰률이 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