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 장소인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이해진 네이버 의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 들어 주요 기업 총수들의 입지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경제를 책임지는 역할을 넘어 한국 정부가 당면한 외교통상 과제를 함께 헤쳐나가며 '민간 원팀'의 체제 구축에 더욱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의 UAE(아랍에미리트) 국빈 방문 일정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동행한다.

이들은 오는 19일 한국경제인협회·코트라(KOTRA) 주관으로 현지에서 개최되는 '한·UAE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BRT)'에 참석한다. 행사 참석 기업 명단에는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한화, HD현대, LIG, 두산에너빌리티, 한국전력 등이 포함됐다.


이 자리에서 각 기업 총수들을 비롯한 주요 기업 경영자들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다양한 세일즈를 펼치며 이 대통령의 외교 활동을 측면 지원할 예정이다.

가장 협력이 유력한 분야는 AI다. UAE 아부다비에는 세계 최대 규모 AI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예정인데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SK와 협력 기회가 열려있다는 관측이다.

또한 해당 데이터센터가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약 26㎢ 면적에 원전 5기의 전력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는 만큼 원전과 인프라구축 분야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추가적인 협력도 기대된다.


방산 역시 대규모 수주고를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UAE는 2022년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한국과 4조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인 '천궁-Ⅱ' 도입계약을 했고 최근에는 한국형 전투기 'KF-21' 도입에도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 일정에 동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AI와 에너지, 방산 분야 등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력을 가졌다는 점에서 사업 확대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엇보다 UAE 방문을 계기로 정부와 재계의 '원팀' 체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타결된 한미관세협상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물론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조원태 한진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등이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제시하며 정부의 관세 협상에 힘을 보탰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1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한미 통상·안보 협상 과정에서 가장 애를 많이 쓰신 것은 기업인들"이라고 공을 돌렸다.

앞으로 정부와 재계의 원팀 체제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이 "자주 보자"고 말하자 기업인들이 "정례화 하자"는 제안을 한 것. 이 대통령은 "그래도 좋다"며 긍정적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과 기업인들이 직접 참여하는 정재계간 정례회의가 마련될 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여러 차례 경제단체·기업인들과 소통하며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원팀 정신을 강조해온 만큼 대내외 주요 이슈와 현안에 민관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정재계 정례회의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