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 무료급식소 앞에서 노인들이 길게 줄 서 있다. /사진=추상철
#. 60대 A씨는 2000년대 초반에 가입한 가입금액 3000만 원의 종신보험을 유동화했다. A씨는 가입금액이 작은 만큼 유동화 비율은 90%로 높게 설정하고, 지급기간 5년으로 비교적 짧게 신청했다. 이를 통해 A씨는 월평균 21만 9000원, 5년간 총 1314만 원의 노후자금을 확보했다.
지난달 30일 도입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로 8영업일 동안(10.30~11.10) 5개 생명보험사에서 약 28억 9000만 원이 지급됐다. 신청자들의 평균연령은 65.6세이고, 1건당 월평균 38만 8000원, 연평균 477만 원 정도가 지급됐다.

18일 생명보험협회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로 8영업일 동안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생명, KB라이프생명 등 5개 보험사에서 총 605건이 신청·접수됐다고 밝혔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사후자산인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일정부분 유동화해 생전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로, 가계 자산 운용의 유연성을 높이고,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다. 이는 유족의 안정적인 생활 유지를 목적으로 과거에 가입한 종신보험의 보장 기능을 일부 조정하되, 사망보험금의 일부를 생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다.

또 과거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계약대출의 금리가 높아 자산을 유연하게 활용하기 어려웠으며 이로 인해, 종신보험은 장기간 활용되지 못한 '잊혀진 자산'으로 인식되는 사례가 많았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해, 높은 대출금리나 수수료 부담으로 자산운용에 제약이 있던 과거 고금리 계약자들에게 자산 운용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자들의 평균연령은 65.6세이고, 유동화 비율 89.2%, 지급기간 평균은 약 7.9년으로 나타났다. 생보협회는 다수의 계약자가 유동화 비율은 높이고 지급기간을 단축하는 방식으로 제도 활용의 효용성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우리나라 고령자 1인당 노후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월 적정생활비가 약 192만 원 수준임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을 함께 준비하고, 필요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또는 주택연금 등을 활용한다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체적으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신청자의 1인당 환산 월평균 지급액은 약 39만 8000원 수준으로, 국민연금 월평균 수령액이 약 68만 원임을 감안할 때,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퇴직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 소득 공백기를 메우는 가교(Bridge) 역할을 수행하며, 국민연금의 보완재로서 안정적인 노후자금 운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보협회는 제도 시행 초기의 주요 민원사항을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특히,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하는 만큼 소비자가 이를 제대로 인지하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소비자 안내를 철저히 하고, 운영과정 상 취합되는 소비자 의견과 민원사항을 반영해 제도의 합리적 개선(비대면 신청 검토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종신보험 신규 가입 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이용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장을 지속 모니터링하고, 이에 필요한 조치를 이어갈 계획이다.

생보협회는 "금융당국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소비자 체감형 금융제도로 자리매김하고, 고령사회에 대응한 유연한 보험금 활용 체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