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요구한 에틸렌 감산에 석유화학 업계가 통폐합을 진행하는 와중에 S-OIL이 내년부터 샤힌 프로젝트 가동으로 에틸렌을 180만톤 추가 생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강지호 기자(배경=S-OIL 제공)
정부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에 요구한 자구안 제출 시한이 다가오면서 석화업계가 NCC(나프타 분해시설)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나서는 가운데 S-OIL의 단독 행보가 논란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저가 공세로 NCC 가동률이 70%대까지 떨어지자 정부는 에틸렌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업계에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구했다. 그러나 S-OIL은 내년 완공될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중국보다 낮은 가격으로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현재 국내 석화업계는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로 NCC 가동률은 손익분기점 밑으로 떨어졌다. 통상 가동률 85%를 넘어야 수익이 나지만 지난 8월 평균 가동률은 78%로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다. 정부는 이같은 공급 과잉을 해소하기 위해 전체 에틸렌 생산 가능 물량의 25% 이상을 줄일 것을 요구했고,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대안을 논의할 수 있도록 연말까지 자구안 제출을 요청했다.

최근 국내 3대 석화 단지(울산·대산·여수)에서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편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대산 산단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설비 통폐합과 합작사 설립 등을 추진 중이고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컨설팅 업체를 선정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전반이 움직이는 이유는 에틸렌 산업의 높은 진입 장벽 때문이다. 일부 기업만 감산하면 생산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어 정부는 '전 기업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 가동 예정인 샤힌 프로젝트는 업계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아람코가 9조원대 자금을 투입해 울산 온산산업단지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는 것이다. 현재 공정률이 85%로 내년 6월 완공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에 대한 걱정이 큰 것은 사실"이라며 "에틸렌 감산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국내 기업들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에틸렌이 대량 생산돼 정부 목표 감산량의 49~67%가 다시 채워지게 된다.

정부도 업계 우려를 반영해 감산량 산정 시 국내 NCC 전체 생산능력에 샤힌의 내년도 물량까지 포함해 1470만톤으로 추산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포함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국내 NCC 생산능력을 추산할 때 샤힌 물량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샤힌만 제외하고 감산하면 내년에 공급 과잉이 또다시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S-OIL은 샤힌 프로젝트 물량이 포함됐음에도 감산 대상이라는 점을 부인하고 있다. S-OIL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은 스페셜티 소재 비중을 늘리는 구조 개편"이라며 에틸렌 감산 필요성에 공감하지 않는 입장을 보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샤힌 포함 여부에 업계 관심이 쏠리지만 S-OIL은 자신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될 경우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발 저가 공세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발 공급 압박까지 동시에 맞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OIL의 최대주주는 지분 63%를 보유한 아람코 오버시 컴퍼니 B.V.로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사우디아라비안 오일 컴퍼니 자회사다. 샤힌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 기술이 한국에 처음 도입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정부 자구안 요구에도 S-OIL이 소극적인 이유로 최대주주가 해외 기업이라는 점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