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2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공정위의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지배력 확대 행위를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수많은 국가들이 기업들의 불투명한 의사결정이나 기업 가치에 반하는 사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을 해결하지 못해 발전에 실패했다"며 "한국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국민적 지지와 경쟁당국의 감시망 덕에 그런 길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집단 규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뜻이 아니라, 더 투명하고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기업 공시는 규제가 아니라 공적 기업의 의무이며, 동일인 제도 역시 총수 일가의 잘못된 경영 개입을 막기 위해 오히려 더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공정위는 공시 자료 등을 관리·분석하는 체계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부실채권·투자거래 등 금융 분야와 식품·의료 등 국민 생활 밀접 업종의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감시한다.

대기업의 사익편취 규제 회피 방지를 위해서는 규제 대상 지분율(총수일가 20% 이상 등)을 판단할 때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 중복상장을 억제하기 위해 30%인 상장회사 의무지분율을 신규 상장 시엔 일반 지주회사와 마찬가지로 50%를 적용하는 방식을 추진한다.


주 위원장은 "현행 법률을 운영하는 방식을 개선해 과징금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고, 과징금 체계 전반에 대한 법 개정도 함께 검토 중"이라며 "대통령실 주도로 진행되는 형벌 완화 논의와 병행해, 경제적 제재로서 과징금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재계에서 대기업 규제 완화를 제안한 것을 두고는 "해결되도록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주 위원장은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총수 일가의 잘못된 경영참여 등 문제를 해결했다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최 회장이 말했듯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시 대상을 줄여야 한다는데 이런 요청은 시대에 역행하며, 오히려 확대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며 "총수 일가가 다른 목적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루빨리 개선돼야 할 숙제"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