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외환당국은 지난 21일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외환시장협의회 소속 9개 증권사의 외환 담당자들을 비공개로 소집해 회의를 가졌다.
당국이 환율 관리를 위해 증권사까지 협조를 구한 것은 이례적이다. 통상 환율 급등기에는 거래량이 많은 시중은행이나 국민연금, 대형 수출기업 등을 대상으로 협조를 요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서학개미의 달러 수요가 환율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증권사가 새로운 타깃이 됐다.
실제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매수세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개인의 해외주식 누적 순매수액은 292억1944만달러(약 43조1100억원)로, 지난해 연간 순매수액(105억4500만달러)의 2.8배에 달한다.
당국이 이번 회의에서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증권사들의 외환 결제 방식이다. 증권사들은 통합증거금 시스템을 통해 고객의 매수·매도 주문을 내부적으로 상계(netting) 처리한 뒤, 순매수 차액만 서울 외환시장 개장 직후인 오전 9시에 집중적으로 환전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당국은 이 같은 관행이 장 초반 달러 매수 쏠림을 유발하고 환율을 구조적으로 밀어올린다고 보고, 시장평균환율(MAR) 활용이나 실시간 환전 확대 등을 통해 수요를 분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환전의 효율성을 고려하면 지금처럼 오전에 환전을 진행하는 게 유리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고객에게 원화를 돌려주는 시기도 늦어져 결국 고객 손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전산 시스템 구축 부담도 제기됐다. 또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해당 조치를 위해선 전산시스템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급하게 만들다가 전산사고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년 24시간 외환거래 도입을 앞둔 상황에서 단기간 내 대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실시간 환전으로 전환할 경우 상계 처리가 불가능해져 수수료 부담이 고객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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