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것은 여행 방식의 변화다. 경주의 경우 불국사·첨성대 등은 과거 트렌드다. 이제는 황리단길 감성 카페·한옥 레스토랑·지역 특산 먹거리를 찾는 '로컬 체험형 여행'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한국 관광의 별'로 대구 사유원·제주 비양도·춘천 김유정 레일바이크 등 지역 콘텐츠 중심으로 꾸려진 것 역시 같은 흐름이다. 전국 관광 지도가 조용히, 그러나 빠르게 새로 그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관람에서 체험으로 넘어가는 전환기'라고 해석한다. 명소를 찍고 지나가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문화·생활양식·식재료를 직접 경험하려는 수요가 커지면서 지방의 경쟁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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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밖에서 만나는 '진짜 한국'━
이들이 가장 높은 만족도를 보이는 체험은 '지역의 식문화를 통해 문화를 배우는 과정'이다. 락고재의 수운잡방 헤리티지 다이닝은 조선시대 고문헌 조리법과 지역 농가의 제철 식재료, 한국 와인과 전통주를 묶어낸 프로그램이다. 안 대표는 "한 지역의 역사와 일상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미식 체험이 된다"며 "외국인들은 이를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 강의처럼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난관은 영어로 응대할 수 있는 인력 부족이다. 지방일수록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외국인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안 대표는 "지역 관광 인재 양성 강화와 함께 외국인 서비스 인력을 제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비자 제도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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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 분산효과는 긍정적… '오버투어리즘'은 새 숙제━
한국 지역 관광이 가진 강점과 약점은 분명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지역 체험 관광은 지역 정체성, 손맛, 장인성처럼 '진정성 소비' 트렌드에 정확히 맞물린다"면서도 "지역 간 콘텐츠 품질 편차, 외국인 친화적 언어 안내와 결제 시스템 부족 등은 여전히 경험의 흐름을 끊는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체험이 가져올 경제적 효과는 단기적으로 밝다. 대도시에 집중됐던 소비가 소도시·농촌으로 분산되며 상권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 지역 중심의 오버투어리즘, 가격 급등, 주민 생활권과의 충돌 등은 새롭게 떠오르는 고민이다. 김 교수는 "콘텐츠 편차가 큰 상황에서 단기 붐에 기대면 지속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한국의 지방 체험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지역별 체험 프로그램의 언어·안전·가격·예약 시스템을 글로벌 수준으로 통합 관리해 소비 장벽을 낮춰야 한다. 또 스마트 결제·통역 지원, 리뷰 관리 등 디지털 기반 인프라 확충과 함께 숙박·교통·체험을 묶은 체류형 연계 패키지 개발, 'K로컬 인증제' 같은 브랜드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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