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는 K-HIT 프로젝트의 총사업비 3조원 중 약 71%를 핵심 구역인 '그랜드코어존' 조성에 투입한다. 프로젝트 발표 당시 그랜드돔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강원랜드
강원랜드가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인 3조원을 투입해 'K-HIT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가운데 전체 예산의 70% 이상을 특정 구역에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단순히 낡은 시설을 고치는 수준을 넘어 공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카지노에 편중된 수익 구조를 근본부터 바꾸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K-HIT 프로젝트의 총사업비 3조원 중 약 71%를 핵심 구역인 '그랜드코어존' 조성에 투입한다. 기존 하이원리조트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편해 현재의 '도박장' 이미지를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사계절 복합리조트'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강원랜드가 그랜드코어존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핵심 이유는 '공간 효율성'이다. 현재 강원랜드는 숙박 시설과 카지노, 즐길 거리가 분산돼 있어 고객 동선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신축 럭셔리 호텔을 건립해 부족한 숙박 인프라를 확충하고 분산된 시설을 재편해 확장된 그랜드 카지노를 배치함으로써 집객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는 고객을 한곳에 오래 머물게 하는 '체류형 관광'을 유도하기 위한 포석이다. 카지노 이용객뿐만 아니라 일반 관광객까지 아우르는 랜드마크를 조성해 카지노 영업장 주변으로 상권이 형성되는 낙수 효과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파격적인 공간 재편 배경에는 절박한 위기감이 깔려있다. 최철규 강원랜드 대표이사 직무대행은 K-HIT 프로젝트 발표 당시 "당장 강원랜드는 크게 위협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와 경쟁하게 될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엄청나게 변화하고 있다"며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의 안정이 '착시'이며 변화 없이는 도태된다는 경고다.
'웰포테인먼트' 승부수… 비카지노 매출 30% 목표
그랜드돔 내부 조감도. /사진=강원랜드
하드웨어의 변화에 맞춰 콘텐츠 전략도 전면 수정했다. 강원랜드가 내세운 새로운 개념은 '웰포테인먼트'(Well-portainment)다. 강원도의 울창한 숲과 고지대 기후 자원을 활용한 '치유'(웰니스) 프로그램에 VR(가상현실),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결합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존 카지노 중심의 영업 구조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가족 단위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대거 확충해 현재 13% 수준에 불과한 비카지노 매출 비중을 2035년까지 30%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도박 리조트'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떼고, 건전한 여가 공간으로 리포지셔닝 하겠다는 계산이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투자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미 전 세계 복합리조트들이 쇼핑과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 테마파크를 유기적으로 결합한 통합형 모델로 진화한 상황에서, 단순한 시설 확장만으로는 경쟁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3조원 투자가 하드웨어 구축에 치우쳐선 안 된다고 조언한다.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까지 유인할 수 있는 차별화된 소프트웨어 혁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와 환경 규제, 예비타당성 조사 등 행정적 난관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에 대해 최 직무대행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며 "폐광지역과 강원랜드의 혁신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우려가 있더라도) 밀고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