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S-OIL(에쓰오일)이 샤힌 프로젝트 완공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대비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정부의 감산 요구에 불응해왔지만 가격 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 시장 전반의 경쟁력만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중국발 저가 공세로 업계 구조조정이 불가피해지자 에틸렌 270만~370만톤 감산을 요구하고 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내년 완공 예정인 샤힌 프로젝트가 상업 가동에 들어갈 경우 투자금 회수를 위해 석화 제품 가격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샤힌 프로젝트에는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됐으며 S-OIL은 막대한 내부 자금과 차입금을 동원해 사업을 추진해왔다. 자금 조달 구조를 보면 전체 투자금의 71%를 영업·투자 활동 현금으로 충당했고 9%는 아람코 대여금, 20%는 외부 차입금과 회사채로 마련했다.

샤힌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S-OIL 부채는 빠르게 증가했다. 2023년 매입채무 증가와 시설자금 대출 영향으로 부채 총계가 1조4089억원 증가했고 지난해도 같은 이유로 3조2172억원 늘어 15조7558억원에 달했다. 대규모 자금이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차입금과 만기 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 발행 등을 늘린 영향이다.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2800억원과 35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는 1조원을 발행했다. 올해 3분기까지도 8400억원을 추가 발행했다. 전체 차입금 규모는 2022년 4조9556억원에서 2024년 7조8060억원으로 약 58% 증가했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S-Oil) CEO. /사진=에쓰오일(S-Oil)
업계에서는 S-OIL이 샤힌 프로젝트에 사실상 회사 재정의 상당 부분을 투입한 만큼 상업 가동 이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S-OIL 측이 주장하는 수준의 에틸렌 가격이 실제로 형성될지는 의문"이라며 "막대한 차입금을 활용한 만큼 가격 인상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프로젝트는 내년 완공돼 2027년부터 매출이 발생하지만 2028년에 상환해야 할 차입금 규모만 3조920억원(2024년 기준)에 달한다. 올해와 내년에 추가 차입이 이뤄질 경우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샤힌 프로젝트 상업 가동 이후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제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S-OIL이 그간 정부의 감산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명분도 약해질 수 있다. 중국은 COTC 공법을 통해 이미 낮은 에틸렌 가격을 추가로 낮추고 있는 반면 한국은 산업용 전기요금이 2020년 kWh당 98원에서 올해 192원으로 급등했고 인건비도 꾸준히 오르고 원가 부담이 커졌다. 중국 에틸렌의 손익분기점은 톤당 200달러 안팎으로 평가되는데 COTC 적용 시 더 낮아진다. 샤힌 프로젝트의 손익분기점은 톤당 170~180달러로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중국산 저가 물량과의 경쟁력이 떨어져 국내 공급 과잉만 부추길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중국발 저가 공세는 앞으로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아람코와 중국이 공동 추진하는 13조원 규모의 '라오닝성 프로젝트'는 내년부터 가동될 예정으로 하루 30만 배럴 규모의 정유 설비와 연간 165만톤의 에틸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COTC 공법이 적용돼 기존 중국 에틸렌보다 저렴한 물량이 추가로 공급된다. 2023년 기준 중국 에틸렌 공급은 이미 수요를 20% 이상 웃돌고 있어 추가 물량이 가동될 경우 한국으로 유입되는 저가 물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화학산업협회에 따르면 동북아 납사 크래커 가동률은 올해 82%에서 2027년 75%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NCC 가동률 85%가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막대한 투자가 이미 집행된 가운데 S-OIL은 정부의 감산 요구에도 증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 자구안 제출 시한이 약 2주 남은 상황에서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가 감산 방안을 논의 중이지만 샤힌 프로젝트가 위치한 울산 산단에서는 S-OIL이 증산을 지속하면서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만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정부가 시한을 넘길 경우 지원이 없다고 밝힌 만큼 울산 산단에서 자구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이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편 S-OIL의 독자적 행보로 울산 산단을 중심으로 업계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아람코 측은 관련 질의에 답변을 거부했다. S-OIL 지분 63%를 보유한 최대주주 아람코 오버시 컴퍼니 B.V.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자회사다. 석화업계는 S-OIL이 글로벌 석유기업 아람코가 최대주주로 두고 있어 정부 요구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