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그동안 수차례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제재받았지만 매출 규모 대비 낮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7년 허위 과장 광고 800만원, 2021년 납품업체 갑질 32억9700만원, 2022년 하도급법 위반 4억원에 이어 지난해 알고리즘 조작으로 1628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쿠팡은 올해 연매출 50조원을 바라본다.
와우멤버십 가입자 1500만명이 매달 이탈 없이 월회비를 결제한다고 가정하면 쿠팡의 연간 구독료만 1조4000억원 이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수조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하더라도 기업 재무 구조에 타격을 주기는 어렵다는 계산이다.
빅테크 반독점 규제 전문가인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전 위원장은 "법 위반을 통해 얻는 이익이 벌금보다 크다면 그것은 법 집행의 실패"라며 "벌금을 단순히 비즈니스 비용으로 간주하는 상황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쿠팡은 노동 이슈, 납품업체 갑질, 정부 규제 등 전방위적 비판에도 '고객 편의'라는 명분을 앞세워 대응하지 않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
법조계 "과징금보다 형사고발이 효과적… 책임자 처벌 강화해야"━
손 변호사는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대표이사 검찰 고발"이라며 "공정거래법뿐 아니라 별건 수사가 진행돼 CEO가 직접 수사 대상이 돼야 기업이 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별 법률에 명시된 형사처벌 조항의 형벌 규정을 강화해, 중대한 위법 행위가 발생했을 때 최고책임자인 CEO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야 억제력이 생긴다"고 제언했다. 최근 국회 불출석 등으로 논란이 된 김범석 쿠팡 의장 등 경영진에게 직접적인 압박이 될 수 있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사후 적발'에서 '사전 규율'로의 규제 전환을 강조한다. 공정위가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이 대표적이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 4대 반칙 행위를 미리 차단하는 것이 골자다. 확정판결 전이라도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될 경우 서비스를 즉시 중단시키는 '임시중지명령' 도입 필요성도 제기된다. 위법 행위 지속에 따른 시장 교란을 막기 위한 장치다.
━
EU식 '입증책임 전환'·한국형 징벌적 배상 확대 시급━
국내 하도급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플랫폼 독점 행위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하도급법은 부당 단가 인하, 위탁 취소 등 5대 행위에 대해 실손해액의 3배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8월부터는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 배상 책임을 최대 5배까지 강화했다.
손 변호사는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 3배 제도는 실제 위법 행위 억제 효과가 입증돼 도입된 것"이라며 "한국도 최근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배상 한도를 10배까지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페널티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등 중대 위반 시 과징금 상한을 기존 전체 매출액의 3%에서 최대 10%로 상향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 법이 적용될 경우 쿠팡의 과징금은 최대 5조원까지 상향된다. 다만 쿠팡의 정보 유출은 개정안 통과 전에 발생해 소급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된다.
이에 송경희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은 "쿠팡 특별법 제정이나 별도 입법을 통해서라도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재테크 경제주간지’ 머니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