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 클래리티 액트 수정 심사를 앞둔 가운데 가상자산 업계에선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18일 '지니어스 법안'에 서명한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 의회가 오는 15일 가상자산 관련 시장 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 수정 심사를 예고하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규제 불확실성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업계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은행위원회는 오는 15일 클래리티 액트에 대한 수정 심사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미 하원을 통과한 해당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하고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간 관할권 경계를 정한다.

지금까지 디지털 자산 시장은 명확한 규칙 없이 운영됐다. 미국의 양대 금융 규제 기관인 SEC와 CFTC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서로 자신의 관할이라며 다퉈왔고 명문화된 법 없이 소송으로 처벌하는 식으로 시장을 압박해왔다. 클래리티 액트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했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디지털 자산이 '증권(주식)'인지 '상품(금이나 석유)'인지를 가르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감독 기관을 법적으로 확정 짓는 것이다. '탈중앙화'라는 추상적 개념을 구체적 숫자로 정의했다는 의의가 있다.

클래리티 액트는 초기 단계와 성숙 단계로 나뉘는데 각각 증권과 상품으로 정의된다. 초기 단계에서 특정 팀이나 회사가 주도해 자금을 모을 때는 이를 주식처럼 '투자 계약(증권)'으로 본다. 이때는 SEC의 감시를 받아야 한다. 반면 성숙 단계에는 프로젝트가 성장해 '지난 12개월 동안 어떤 한 주체도 전체 자산의 20% 이상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특정 주인의 소유가 아닌 금이나 기름 같은 '디지털 상품'으로 인정받게 된다. CFTC의 감시를 받는 것이다.

한종목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처음에는 엄격한 관리를 받다가 네트워크가 충분히 분산되고 성숙해지면 규제가 비교적 유연한 CFTC의 관할로 넘어가는 '법적 졸업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라며 "개발팀은 이제 언제 규제가 풀리는지 명확한 로드맵을 갖고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디지털 자산 시장을 짓눌러온 가장 무거운 족쇄는 기술적 결함이 아닌 규제 불확실성이었다"며 "언제 SEC의 제재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공포야말로 기관 자금의 진입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클래리티 액트의 상원 통과가 목전에 다가옴으로써 올해는 불확실성이 예측 가능성으로 전환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해당 법안의 심사 소식으로 가상자산 업계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비트코인은 약 3주만에 9만3000달러선을 회복했으며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자산도 동반 상승세다. 더불어 연초 들어 미국 내 비트코인, 이더리움 현물 ETF(상장지수펀드)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지난 2일 기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약 4억7130만달러(약 6812억1702만원)에 달하는 자금이 들어왔으며 같은날 이더리움 ETF도 1억7340만달러(약 2506억6704만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규제 불확실성 해소 기대감과 동시에 가상자산 시장의 선별적 수혜를 전망한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클래리티 액트 통과 시 가상자산 시장 전체 수혜보다는 선별적 구조 재편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규제 체계 내에서 운영될 수 있는 인프라와 비증권성 디지털자산이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대표적으로 규제 친화적인 미국 중앙화 거래소,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RWA(실물자산) 및 토큰화 금융 플랫폼과 비증권성 디지털 자산 등"이라고 덧붙였다.

김현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비트코인 등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권 편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해에는 국내외 디지털자산 규제안의 구체적 내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