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와르 알 히즈아지 S-OIL CEO/사진=S-OIL(에쓰오일)
각종 논란에도 S-OIL(에쓰오일) 울산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이 92%를 넘겼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자구안 마련에 적극 나서지 않았지만 정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상황 속에 안전 사고 발생 후 처벌에도 이중 잣대가 적용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샤힌 건설 과정에서 수차례 산업재해가 발생했지만 정부 대응은 미온적이다. 지난해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등 강경하게 대처했지만, 샤힌 현장 가설 구조물 붕괴로 작업자 7명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후속 조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2022년 사상자 10명이 발생한 폭발 사고도 수년째 재판만 이어지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샤힌 프로젝트가 석화 재편 불참과 반복된 안전사고에도 제재 없이 진행되는 배경으로 S-OIL의 지배 구조를 지목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뒤에 있어 정부 압박에서 자유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S-OIL 지분 63.4%를 보유한 최대주주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자회사다.


정부와 기업들이 S-OIL에 제동을 걸지 못하는 이유는 사우디와의 외교·산업적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1300조원 규모 네옴시티 사업을 비롯해 현지 조선소·공장 건설 수주 등이 진행되는 상황이어서 사우디와의 외교적 마찰을 피하려는 것으로 관측된다. HD현대의 킹살만 조선해양산업단지 합작조선소 설립, 킹 압둘라 경제도시 내 현대차 공장 건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같은 사안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5차 한·사우디 비전 2030 위원회'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울산 산단 내 대한유화와 SK지오센트릭은 샤힌 가동 후 연간 4000억원대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공개적인 문제 제기는 어려운 처지다. SK지오센트릭은 SK그룹과 사우디 간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대한유화는 나프타를 S-OIL에서 공급받고 있다. 울산 석유화학 단지 구조조정은 SK지오센트릭이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폐쇄하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고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 산단 주도권을 사실상 S-OIL이 장악한 구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샤힌이 강행되면서 주변 기업들이 NCC를 멈출 경우 정부가 목표로 하는 에틸렌 감산을 넘어 부산물을 활용한 연계 사업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NCC 설비에서 생산되는 기초유분 활용이 막히면서 석유화학 밸류체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공급 과잉이 예고된 상황에서 S-OIL이 샤힌을 밀어붙이는 기조가 다른 기업들의 생산 기반을 잠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선 노후 NCC를 정리하고 샤힌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지만 S-OIL이 샤힌을 추진하는 본질적 목적이 국내 산업 경쟁력 제고와는 거리가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샤힌은 아람코의 아시아 수출 전략에 맞춘 거점 성격이 강해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과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다.

샤힌을 예외로 두고 국내 기업에만 NCC 감산과 폐쇄를 요구하면 한국 기초유분 공급망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은 급격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 지원을 받아 설비를 닫고 S-OIL로부터 저렴한 기초유분을 조달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에틸렌 공급망이 특정 국가에 좌지우지 되는 구조도 피할 수 없게 된다.

아람코의 태도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국내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아람코 측에 수차례 서면 질의를 시도했지만 공식 입장 표명은 거부한 채 일부 언론을 통해 "샤힌 프로젝트는 한국에 도움이 된다"는 원론적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가 참여한 국회 세미나에서도 이경문 S-OIL 상무는 정부 방침에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