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1997년 이후 사형이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견제 탓에 앞으로도 집행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실질적으로 무기징역과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윤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선고될 경우 오히려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인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형수는 추종자를 결집시키고 순교자 효과를 가진다. 테러리스트·정치범은 사형선고·집행 때 그 효과가 각인된다"며 "(윤 전 대통령이) 사형을 훈장으로 크게 선전하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할 용도로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무샤라프 전 파키스탄 대통령이 윤 전 대통령과 비슷한 사례로 거론된다. 1999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그는 2007년 대법원이 군인 신분인 자신의 대통령 직무 수행을 문제 삼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당시 무샤라프는 사법부가 파키스탄을 테러의 위협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법부는 비상사태 선포가 위헌이라고 판단했고 무샤라프는 결국 대통령직에서 하야했다.
2019년 파키스탄 특별법원은 무샤라프가 헌법 수호 의무를 저버렸다며 사형을 선고했다. 이에 보수층과 군부 등 무샤라프 지지층은 결집해 사법부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사회 혼란 속에 2020년 1월 라호르 고등법원은 특별법원의 사형 선고를 취소했다. 2023년 무샤라프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망명 생활 중 지병으로 사망했고 이듬해 파키스탄 대법원은 사형 판결을 확정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선고는 무샤라프 대통령 사례보다 더 큰 정치적 분열을 불러올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샤라프는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했고 비상사태 선포 당시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윤 전 대통령은 선거를 통해 선출됐고 탄핵 정국에서는 지지층 주도로 서부지법 난동 등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사형 구형 자체가 법리적으로 과도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로 사형이 구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임기를 7년 동안 유지했지만 윤 전 대통령의 경우 (비상계엄이) 몇 시간 만에 해제됐다"고 했다.
한편 사형 선고가 오히려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김종영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단절이 곧 사회 통합이다. 만장일치 찬성만이 통합이 아니다"라며 "사회과학적 통합은 여러 사회 세력들의 통합을 의미한다. 보수 세력 중 윤 전 대통령을 옹호하는 이들은 극소수"라고 말했다. 이어 "극우를 단죄하는 게 사회 통합에 낫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배병인 국민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사형 구형은 지극히 정당한 결정"이라며 "극우 세력들이 결집할 수 있지만 윤 전 대통령 지지자는 소수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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