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20일 비공개 당정 협의를 통해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3월 내 법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두고 정부와 여당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위는 시장 초기의 신뢰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은행이 중심이 된 스테이블코인 발행 구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은행이 과반(50%+1)의 지분을 보유한 컨소시엄만 발행 주체로 허용하는 이른바 '51% 룰'을 법안에 포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역시 비은행 기업 중심의 발행은 기존 규제 체계로 위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은행 중심 구조에 힘을 싣고 있다.
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은행 중심 구조가 금융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금융위 안과 당내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자 디지털자산기본법과 관련한 자체 법안 마련에 착수, 발행 주체의 범위를 핀테크·플랫폼·블록체인 등 비금융 기술기업까지 넓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 디지털자산 TF(태스크포스)는 정부의 51% 룰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핀테크 업계의 반발도 거세다. 은행 중심 구조가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 기업의 시장 진입을 사실상 차단해 결국 소수 대형 금융기관이 시장을 지배하는 과점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근주 한국핀테크산업협회 회장은 이날 통화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술 혁신을 기반으로 한 열린 시장 구조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핀테크 기업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법제화 흐름을 예의주시하며 발 빠르게 대응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KB금융은 '미래전략부문'을 신설했고 신한금융은 'AX·디지털털부문'을 중심으로 가상자산 조직을 확대 개편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도 스테이블코인 관련 조직과 전략을 강화하는 중이다. 다만, 은행들은 스테이블코인 확산이 송금 기능 약화는 물론 예금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심도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2026년 신년사에서도 디지털 금융이 공통으로 언급된 바 있다.
업계에선 은행과 플랫폼 간 경쟁과 협력이 동시에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TF는 '디지털산업 발전을 위한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거래 인프라 제도화 방향' 주제로 토론회(주관 한국핀테크산업협회·디지털자산금융학회)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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