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자본시장 정책을 관통한 아젠다는 '위기관리'였다. 밑바닥까지 내려간 주가를 끌어올리고 해외로 향한 투자자를 불러들여야 했다. 이에 '코스피 5000' 달성에 초점을 맞추고 모든 관심을 자본시장으로 끌어모은 결과 2025년 첫 거래일인 1월2일 2398.94였던 코스피 지수가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 4214.17로 마감, '꿈의 지수'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문제는 주가가 갑자기 뛰는 동시에 해외투자 수요가 늘면서 환율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진 점이다. 지난해 정부는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금의 해외 이탈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이 같은 노력은 지난해 연말 효과를 보이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 무용지물이 됐다. 새해 첫 거래일인 1월2일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에서 시작했지만 지난 13일 기준 1470원을 넘어섰다.


기업은 관세 등 지정학적 이슈에 대비하기 위해 현지 투자 등을 목적으로 달러를 쥐고 있다. 연기금도 해외투자를 지속하고 있고 정부도 대미 투자 등을 앞뒀다. 개인의 경우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도 환율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서학개미 투자액은 3분기까지 약 293억달러(약 43조원)로 2024년보다 3배가량 늘었다. 이달 초엔 환율이 떨어진 틈을 타 미국 주식을 19억4200만달러(약 2조8000억원) 순매수했다. 나스닥 등 미국 증시의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한 투자는 이를 한참 웃돈다.

금융당국이 집 떠난 개미를 불러들이기 위한 고육책을 꺼냈음에도 개미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해외 주식을 팔고 국내에 장기 투자하면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를 감면해 주는 내용인데, 투자자들은 세금을 감안하더라도 해외투자를 더 매력적으로 봤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통화정책은 투자자들의 '심리적 방패'를 강화하진 못한 만큼 관련업계에서는 국내 증시의 체력 강화 없인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는 2.50%로 동결됐는데 상장 기업들의 이익 전망치는 여러 차례 하향 조정됐다. 금리 기대가 기업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 게다가 미국과의 금리 격차마저 커지며 원화 약세 압력을 키웠다.


이처럼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자 관련업계는 정치 일정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 투자업계에서는 오는 6월 예정된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국내 증시의 기로가 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그동안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대형 이벤트 이후 열기가 식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주가 하락 시 수익을 보는 '인버스' 투자 관심도 끊이지 않는다.

올해는 대한민국 증시의 체질 개선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집 나간 개미들이 돌아오는 계기를 마련하고, 해외투자자들이 국내 투자를 늘리려면 국내 증시의 매력을 늘리는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단기적 완화에만 머무르는 정책이 아니라 시장이 요구하는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증시 관련 정책은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구조를 강화하는 쪽으로 진화하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배당 확대·자사주 소각·지배구조 개선 등의 밸류업 정책이 실질적 효과로 이어져야 한다.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의 외환스와프 및 환 헤지 연장 등 환율 안정을 통한 자본시장 매력 제고 전략도 업그레이드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코스피 5000시대를 목전에 둔 2026년 증시의 최대 변수는 체질 개선을 통한 자본시장 체력 강화다.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낸 뒤 먼지만 자욱한 모습이 아니라,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을 '사고 싶은 시장'으로 인식하도록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정책 의지 문제보다는 시장이 단기 처방에 반응하지 않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무시해선 안 된다. 올해는 '국장 탈출은 지능 순'으로 놀림 받던 꼬리표를 확실히 뗄 수 있을까.
박찬규 증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