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글로벌 국가를 상대로 반도체 관세와 관련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에 기여하지 않는 반도체 및 그 파생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포고문에 서명했다.
15일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대만과의 관세 협상에서 대만 기업의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전제로 반도체 관세 일부를 면제해주기로 한 내용을 거론하며 "국가별로 별도 합의를 하겠다"고 했다.
미국은 대만 기업을 대상으로 새로운 반도체 생산 설비를 구축하면 승인된 건설 기간 계획된 생산 능력의 최대 2.5배까지 관세 없이 수입할 수 있고 쿼터 초과분에 대해서도 우대 관세율을 적용하는 혜택을 약속했다. 또 신규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의 경우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관세를 내지 않고 수입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이 기준을 한국에 똑같이 적용하지 않고 별도로 협상하겠다는 의미다.
러트닉 장관은 이튿 날 마이크론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모든 기업은 2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100% 관세를 지불하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내 생산량 증대를 약속하지 않으면 최대 100% 관세를 부과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금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국가별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관세를 빌미로 추가 투자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테일러에 17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계획을 발표했다가 추가로 대미 투자 규모를 총 370억 달러까지 확대한다고 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 달러를 투입해 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번 미국 정부 인사들의 강경 발언으로 두 회사 모두 추가적인 투자를 고심해야 할 상황에 내몰리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향후 2단계 조치가 언제 어떤 형태로 확대될지 예단하기 어려운 만큼 아직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미국의 추가 조치 가능성에 대비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의 발언 직후 잇따라 회의를 개최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와 기업의 '원팀'을 바탕으로 국익을 최대한 지키는 선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발표할 당시 반도체 부문에 대해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조건'을 한국에 적용한다는 점을 명시한 바 있다"며 "이 원칙에 따라 한국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하도록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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