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4일 서울 마포구 프론트원에서 열린 제13차 정책금융지원협의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생산적·포용적·신뢰받는 금융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개인·소상공인 신용평가 시스템을 전면 손질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일 오전 서울 나이스평가정보 지하 2층 컨퍼런스홀에서 '신용평가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킥오프 회의를 열고 현 신용평가 시스템의 현황과 문제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종합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민간 전문가들에게 요청했다.

이번 회의는 소상공인 신용평가 고도화 등 국정과제와 대안정보센터 구축, 신용성장계좌 도입 등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과제의 신속한 이행을 위해 마련됐다.


TF는 신용평가·데이터·법률·소비자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됐다. 신용정보회사와 신용정보원, 은행연합회·저축은행중앙회 등 유관기관은 전문가 논의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권 부위원장은 "신용평가 시스템이 '잔인한 금융'의 높은 장벽이 아니라 '포용금융'의 튼튼한 안전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포용금융을 위한 정책들이 일회성의 형식적 지원에 그치지 않으려면 근본적 신용평가 시스템의 개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TF에서 신용평가 체계가 금융 대전환의 핵심 인프라가 될 수 있는 종합적 제도개선방안을 도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개인신용평가의 쏠림 현상과 대안신용평가 활성화의 장애 요인, 개인사업자(소상공인) 평가 고도화 과제 등이 집중 논의됐다.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연구소의 최척 부장은 거시 금융환경 변화, 신용관리 확산에 따른 가점 대상자 증가, 연체정보 공유 제한 등의 복합적 영향으로 개인신용평가 대상자의 28.6%가 950점 이상을 받는 등 상위 점수 비중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신용평가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평가기준 조정과 평가모형 재개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노년층·청년·주부 등으로 구성되는 신용거래정보 부족자에게 2024년 말 기준 평균 약 710점 수준의 신용점수가 부여되고 있다며, 이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평가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개인신용평가모형에서 통신·공공요금 납부내역 등 일부 비금융·마이데이터 정보를 제한적으로 수집·활용하고 있지만, 데이터 분석의 한계와 정보 제공기관 협조 문제 등으로 추가적인 비금융정보 발굴·활용에 애로가 있다는 점도 짚었다.

나이스평가정보 대안정보사업실의 구본혁 실장은 전통적 신용평가가 "얼마나 돈을 잘 빌리고 잘 갚았는가"에 초점을 맞춘 반면, 대안신용평가는 "일상을 얼마나 성실하게 영위하는가"에 방점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대안신용평가가 ▲데이터 분석 ▲동의 절차 ▲시스템 운영 ▲정보 활용 등 4대 장벽으로 병목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했다.

구 실장은 금융회사가 보유한 대안정보를 분석하기 위한 가명처리와 데이터 결합에 상당한 시간·자원이 소요되고, 복잡한 동의 절차로 소비자 불편이 커지면서 금융회사의 도입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안정보 통합 관리 인프라 부재, 대안신용평가 도입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부족도 문제로 꼽았다. 이에 대안신용평가 확산을 위해 '가명결합 패스트트랙', '고객 주도 포괄 동의', '대안정보 허브 인프라' 구축, 정책적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신용정보원 기술데이터부의 전필수 부장은 개인사업자가 중소기업의 약 87%를 차지하지만, 담보·개인 특성 중심의 전통적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체계는 금융정보 의존도가 높고 리스크 관점 평가에 치우쳐 있어 사업성 반영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재무제표의 신뢰도가 낮아 표준화된 데이터가 부족하고, 현금흐름 파악도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사·공공기관·플랫폼사에 데이터가 분산돼 있어 신용평가 고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전 부장은 개선책으로 개인사업자의 비금융 데이터를 적시에 활용해 리스크와 미래 사업성을 복합 평가하고, 기술업종·도소매업·숙박음식점업·서비스업 등 업종별 특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비금융정보를 통합한 데이터베이스(DB) 구축, AI 기반 분석 고도화, 설명가능한 AI(XAI)를 통한 AI 신용평가모형 투명성 강화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킥오프 회의 이후 TF를 속도감 있게 운영해 과제별 논의를 진행하고, 논의가 마무리되는 과제부터 릴레이 방식으로 개선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TF 논의와 병행해 민간 전문가 중심의 연구용역도 별도로 추진해 세부과제를 구체화하고 제도개선 작업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