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클립아트코리아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관련 대규모 과징금 부과까지 겹치며 은행들의 자본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달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관련 2차 제재심 결과에 따라 추가 과징금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 은행권의 자본여력과 재원 모두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21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LTV 정보를 서로 교환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법 위반행위 금지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 869억원, KB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우리은행 515억원이다.

은행권에서는 공정위 과징금이 단순 비용 부담에 그치지 않고 자본비율에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과징금이 비용으로 반영되면 CET1(보통주자본)에 부담이 되는 데다, 제재 리스크 대응 과정에서 운영리스크 산정에 반영돼 위험가중자산(RWA)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나 은행권은 '홍콩 ELS 사태'에 따른 추가 제재·과징금 부담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달 29일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2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은행권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금감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 등 5개 은행에 과징금·과태료 조치안을 사전 통보한 바 있으며, 업계에서는 전체 규모가 2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 1조원, 신한·하나은행 각 3000억원, NH농협은행 2000억원, SC제일은행 1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제재심과 금융위 정례회의 등을 거치며 감경 가능성도 거론되지만 공정위 LTV 과징금에 ELS 제재까지 겹칠 경우 은행권의 자본·리스크 관리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제재 관련 비용과 리스크가 반영되는 과정에서 운영리스크 관련 RWA가 6~7배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WA가 늘면 CET1비율이 하락해 주주환원을 위해 자본비율을 방어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적극적인 투자나 대출 확대에 제약이 커질 수 있다.

고환율도 은행들에겐 부담이다. 강달러는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액을 키워 RWA를 늘리고 CET1비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CET1비율의 마지노선을 13%로 보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오를 경우 CET1비율이 산술적으로 최대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본다.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이 높게 유지되면 외화 RWA가 증가해 CET1비율 부담이 커지는데 최근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까지 더해져 자본관리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여기에 과징금 이슈까지 겹치면 재원 운용의 여지가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