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5월부터 4년간 의정활동을 한 제21대 국회는 법안을 2만4000여 건 발의했지만 처리 건수는 8800여 건(36.4%)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원안 그대로 또는 수정돼 통과된 법안은 6% 미만이다.
약 20년 전인 제16대 국회만 해도 의원입법 1651건 가운데 770건(46.6%)이 통과됐다. 의원법안 발의 대비 통과율은 △제17대 5728건 중 2232건(39%) △제18대 1만1191건 중 3866건(34.5%) △제19대 1만5444건 중 5346건(34.6%) △제20대 2만1594건 중 6608건(30.6%)으로 나타났다. 16대 국회에서 21대 국회까지 20년 사이 의원 발의 법안 수가 15배로 급증하는 동안 통과율은 떨어진 셈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의원입법이 사전 영향평가 없이 급격하게 증가함으로써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고 경제적 규제를 양산한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의원입법은 사전적 규제 심사 절차가 없고 법제화되면 보완 개정이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제출하는 법안은 규제영향분석을 받지만 국회의원이 발의하는 법안은 그런 의무가 없다. 국회를 통과하는 법안 대부분이 의원입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 발의 법안에도 입법영향분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은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입법영향분석은 법안의 효과를 미리 파악해 초래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는 제도로, 법안 심사에 필요한 전문적·과학적 근거들을 보완해 양질의 법률이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며 "입법영향분석을 통해 품질을 높이는 일은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의 모든 법안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발의하는데 영역별로 법안에 대한 영향평가를 실시한다. 유럽의회조사처(EPRS)는 EC가 법안과 함께 제출한 영향평가보고서를 평가한다. 수정된 법안에 대해서도 영향평가를 실시해 의원입법의 '품질'을 관리한다.
영국은 소관 부처가 의원 및 정부 제출 법안에 대해 영향평가를 모두 실시한다. '더 나은 규제 프레임워크'라는 근거를 바탕으로 영국 규제정책위원회(RPC)가 이를 최종 심의한다. 모든 의원입법에 대한 영향평가가 의무는 아니지만 실제 입법 추진 시 정부 법안과 동일하게 취급돼 영향평가서를 작성해 검증받아야 한다.
입법조사처 관계자는 "의원입법의 질적 개선이 더욱 중요하며 이 경우 입법영향분석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만큼 입법영향분석과의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입법영향분석 제도를 도입할 경우 법안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사전 평가하는 대신 관계 부처가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민호 한국행정연구원 규제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의원발의 법안에 대한 사전 평가가 어렵다면 소관 부처가 법안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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